마지막, 최후란 주제의 명작

[문화저널=김학우 목사] 마지막, 최후란 주제의 명작 »

마지막, 최후란 주제의 명작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시간상이나 순서상의 맨 끝을 “마지막”이라 한다면 최후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마지막 잎새, 마지막 수업, 그리고 최후의 심판이란 주제에서 “시간의 끝과 삶의 끝”을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잎새”, 깊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말하다.”

“뉴욕에 거주하는 존시는 폐렴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존시는 담장을 덮고 있는 넝쿨을 보면서 그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층에 사는 원로 화가인 베어먼은 존시가 담쟁이 넝쿨이 모두 떨어지면 죽는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베어먼은 지난 밤 사이에 심한 비바람이 불면서 아침에 담쟁이 넝쿨 잎이 마지막 한 장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음 날 밤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사다리를 타고 벽으로 올라가 붓으로 잎새 한 장을 그렸다. 이 사실을 모르는 존시는 다음날 밤사이에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마지막 한 장 남아 있는 담쟁이 잎사귀를 보자 기력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베어먼은 지난밤에 혹독한 추위 속에 잎새를 그린 탓에 폐렴으로 그만 생을 마감하고 만다. 존시의 동료인 수(Sue)는 마지막 잎새가 베어먼이 생전에 언젠가 그리겠다고 말했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작가 오 헨리(헨리 O. Henry, 1862–1910)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는 “슬픔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가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1968)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이라는 글을 선정한 바 있다. 그녀는 사흘 동안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날에는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오후에는 숲 속을 산책하며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박물관으로 가서 손끝으로만 보던 조각품들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싶다. 저녁에는 영화나 연극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그리고 헬렌 켈러가 마지막 날 보고 싶은 것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녀가 셋째 날 보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했다.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져질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마지막 수업”, 죽음의 시간 앞에서 “삶의 소중함을 말하다.”

사람에게 두렵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나이 들고, 병들고, 그리고 죽는 이 세 가지는 누구나 공포 자체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리 슈워츠(Morrie S. Schwartz, 1916-1994)교수의 “마지막 수업”은 나이 들고, 병들고, 죽는 일까지 우리 삶의 일상으로, 모두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모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뉴욕 빈민가에서 보냈다. 어려움 속에도 학업에 정진해 브랜다이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되어 35년간 후학을 가르쳤다. 그의 동료와 함께 쓴 “정신병원”은 사회심리학 고전으로 불린다. 그는 루게릭병(신경세포가 소멸되는 병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에 걸려 1994년에 숨을 거뒀다. “마지막 수업”은 모리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제자인 “미치 앨봄”(Mitch Albom)에게 자신의 인생을 털어 놓은 이야기이다. 모리 교수의 제자 “미치 앨봄”은 매주 화요일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스승을 찾아와 14주 동안 스승으로부터 “마지막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옮겨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이란 책을 출판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205주 동안 뉴욕타임스 비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41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1400만부가 인쇄되었다. 모리 교수가 그의 제자에게 14주 동안 강의한 “마지막 수업”에서 남긴 메시지는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 주고 있다.

“…훌륭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언제라도 죽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짧은 우리의 삶에서 행복은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해서는 안 될 일은 자기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힘을 기르십시오. 파도는 해안에 부딪쳐 사라지지만 바다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다의 일부였던 그 물결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인류의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입니다…” 모리 교수는 마지막 화요일 강의가 끝난 후 토요일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나무 밑에 묻혔다.

안네 프랑크(1929-1945)는 13살 때에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1942년 6월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일기를 썼다. 그는 1944년 8월 1일자 마지막 일기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혼란과 불행과 죽음 위에 내 희망을 쌓아 올릴 수는 없다. 나는 다시 평화가 돌아오리라고 믿는다.”

“최후의 심판”, 살아 있는 시간에 “죽음을 말하다.”
미켈란젤로(1475-1564)의 대표작 “최후의 심판”(1537-1541, 17X13m)은 약 5년간에 걸쳐서 완성한 작품으로 요한계시록 20장12-15절과 마태복음 25장31-47절의 내용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교황 바오로 3세는 미켈란젤로에게 교황청 건축, 조각, 회화 책임자로 임명하고, 시스티나 성당에 “최후의 심판”을 그리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교황은 그를 성 베드로 성당 건축 장관으로 임명하여 모든 것을 일임하기까지 한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이것은 교회개혁을 지지하던 미켈란젤로가 당시 기득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후대에 예언적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 루터와 같은 종교개혁자들이나 단테와 사보나롤라가 중세교회에 대하여 필설로 “사악한 성직자들”에게 “그리스도를 날마다 헐값에 팔아넘기는 자들”이라고 개혁을 촉구하고 있었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가톨릭교회 신자였지만 그림과 조각, 여러 작품 특히 “최후의 심판”의 장면을 통해 당시 부패했던 교황청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성직자들의 부패를 환기시키며 각성시키고자 했다. 그의 대표작인 “최후의 심판”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3곡)“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고 하는 내용을 근거해서 작품을 완성시켰다. 오귀스트 로댕(1840-1917)또한 단테의 신곡 지옥편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바탕으로 “지옥문”(1880-1900)이란 작품을 완성했다. 높이 7.57m, 너비 4m나 되는 청동문의 공간에 186명의 사람들이 지옥의 형벌을 받으며 비탄에 빠져 몸부림치는 장면을 형상화 하였다.

시스티나 성당 천정에는 “천지창조”(1508-1512)를, 제단 쪽에는 “최후의 심판”을 그렸다. 그가 “천지창조”를 그릴 때만 해도 사람의 신체적인 부분을 아름답게 묘사했지만, “최후의 심판”에서는 르네상스의 미적 개념을 파괴하고 나체와 벗은 알몸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인물만 무려 391명이나 된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사람과 천사들을 배경으로, 상단은 심판 주되신 그리스도의 위엄한 모습을, 그리고 맨 아래는 수많은 영혼들이 고통 받으며 부르짖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최후의 심판”이 처음 공개 되었을 때에 작품에 압도되어 경탄하는 반응과 너무 외설적인 모습에 놀라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는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보지 않고서는 인간이 가진 가능성의 위대함이 어느 정도 인지 평가할 수 없다.” 사도요한은 “최후의 심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 못에 던져 지더라.”(계20:13,15) ◙ Now&Here©유크digitalNEWS

필자: 김학우/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2070czm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