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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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묵상] 거지 »
투르게네프
거지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어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헤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푼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는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 없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속삭였다.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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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람을 치료한다
사랑은 어렵다. 사랑은 최고의 덕목이지만 실천은 그만큼 쉽지 않다. 우리들은 고난과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에게 긍휼과 자비의 눈길을 줄 여유가 없이 살아간다.
사랑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 하나가 ‘환대’(hospitality)이다. 그것은 아가페(agape)로 알려진 조건 없는 사랑의 한 면이기도 하다.
시인은 길을 가다가 나이 많은 걸인은 만난다. 가난이 처참하게 갉아먹은 인생을 보며 그는 큰 비애를 느낀다. 하지만 떨리는 손을 내민 그 노인에게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다.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시인의 마음을 읽은 노인은 따둣한 사랑의 체온을 느꼈고, 다시 되갚아준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은 본능적인 충동이 아니다. 순수한 사랑은 우리의 이기심과 소유욕, 그리고 우리의 분냄과 두려움을 넘어선다. 그 사랑은 감정 그 이상의 것이다.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켜서 하는 행동이다. 바실레아 슐링크(Basilea Schlink)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든지 그 동기가 사랑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은 것은 하나님의 눈에 가치가 없다.” ◙ Now&Here©유크digitalNEWS
글 송광택 목사/ INUC 독서전문 칼럼니스트/ 010-6334-0306/ songrex@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