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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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 샘
모퉁이 돌아
돌 길을 오르면
몽넘어
좁은 비탈 길
산 자락 아래
슬며시 반쪽 얼굴을 내밀던
옹달 샘
맑고 고운
새색시를 닮아
수줍은 낯가리에도
네게로 와
멈추면
너는 끝없이 솟아나는
생명이었다.
꿈많던 소녀의 얼굴을
네 가슴에
흔들어
한 움큼을
삼켰다.
자연과 시조를 벗삼으시던
나의 할아버지는
몽넘어 샘
너의 근원을
천하에 으뜸으로 안으셨다
한 여름
이글대던 태양도
친구가 되어
가슴을 엮어가고
하늘 먼길을 떠나온
세월이 까마득한
지금
너는 나에게
그리움으로 다가 와
하늘을 헹구었다.
삶이 메마른 이에게
끝없이 솟아오르는
생명력으로 나래를 펴라
몽넘어 옹달 샘
작은 몸짓에 넘치던
그 의연함을
선명히 휘감아
너를 추회한다
2021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유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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