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후진국 국민인가?
정치와 나라의 지도자들은 다 어디 갔는가?
어린이가 골목에서 사라지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일터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70-80 대 노인들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산업 일선이 넘쳐 나는데, 우리나라 정치는 무엇을 하고, 나라의 지도자들은 다 어디 갔는가?
[시사저널=오대환 목사] 나만 후진국 국민인가? » 공분도 없고, 의분도 없고, 오직 자신만 아는 대한민국30년 동안 해외 살다 귀국하여 석 달 넘게 살았다. 많은 곳을 가 보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선진국이 된 듯하다. 도시는 마천루를 자랑하고, 도로는 잘 닦이고, 집들도 번듯하고, 거리에는 값 나가는 차들이 즐비 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세련되고, 유명 메이커 아닌 신발을 신은 사람이 없다. 얼굴엔 윤기가 흐르고, 자신감도 넘쳐 흐르고, 그 예전 악명 높던 공격 운전도 사라지고, 길에서 어깨를 부딪쳐도 화내는 사람이 없다.
관공서, 은행, 매표소, 어디나 직원들이 깍듯하고 친절하다. 식당 음식도 정갈하고, 식당도 깨끗하다. 가만 보면 나만 30년 전에 가지고 살았던 공격성이 살아 있었다. 큰소리부터 쳐야 밟히지 않고 살았던 30년 전 그 정서가 아직 내게 남아 있는 것 같다. 화도 잘 내고, 불만도 많고, 남이 뭐라 하면 방어 자세를 취하고, 공격성도 남아 있다. 최근 나를 만난 해외에서 십 수 년을 살다 돌아온 어느 목사님이 자신도 그랬다 하며, 날 더러 마음을 가라앉히라 했다.
35 층 아파트 아들의 집에 얹혀사는 내가 오르내리며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안 한다. 투명 인간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도 그들은 평화스러웠다. 나는 큰 소리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며 억지로 그들에게 인사를 강요하였다. 그들은 내가 큰 소리로 인사하면 또 공손하게 인사를 따라 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다 선진국 국민이 되었는데, 선진국에서 30 년을 살다 온 나는 아직 선진국 국민이 못 되는가 싶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리는 여야 간의 싸움판 그리고 후보들 사이의 경쟁적 토론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내 눈에는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고, 나라말아먹기 딱 좋은 인사들로 보이는데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태평하다. 그러다 말겠지 하는 것인가? 아님 너무 익숙한 모습에 길들여져 있어서 인가? 내가 아는 한 대한민국은 큰 기로에 처해 있다.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지구가 주저앉을 수 있는 기후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저 태평하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재택 근무에 익숙하게 되다 보면,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을 차지하고 있는 사무실들이 언젠가 공실로 넘쳐 날 게 불 보듯 뻔하고, 부동산 파국이 오게 될 게 뻔하다. 게다가 120 %에 이르는 주택 보급율에 비해 실제 인구 감소로 말미암아 빈 아파트가 넘쳐 날 텐데 여전히 투기꾼들은 넘쳐나는가 싶다. 정부는 정부대로 부동산 투기 잡는다며 오히려 대규모 자연 녹지를 파헤치지 않는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가계 부채가 폭탄이 되어 터질 때 가계는 물론 은행이 무너지고, 나라의 금융 체계가 크게 요동칠 텐데, 나만 괜한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는가?
출산율 저하는 또 어떤가? 해마다 60 만 명의 대학 정원이 필요한 나라에 27 만 명만 출생하는 이 심각한 저출산 국가가 됐으니 어쩔 것인가? 가장 큰 원인을 살펴보자. 경쟁 일변도의 사회,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수직적 질서의 사회 구조가 문제다. 그런데 이를 염려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이가 골목에서 사라지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일터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70-80 대 노인들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산업 일선이 넘쳐나는데, 우리나라 정치는 무엇을 하고, 나라의 지도자들은 다 어디 갔는가?
공분도 없고, 의분도 없고, 오직 자신만 아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을 경계하고, 걱정하는 나는 후진국 국민인가? ◙
글 오대환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덴마크한인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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