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Share This Article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질문을 던져보라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 [책 내용 중에서]
[정이신 칼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출판사: 부ㆍ키 »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요ㆍ공급곡선과 인플레이션ㆍ디플레이션이란 용어를 배운 이후 경제학과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예전에 일했던 청소년단체의 요청으로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에게 독서법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때 북향민을 위한 대학입시를 지도하기 위해 수능 언어영역(국어) 문제에 나온 지문들을 분석하는 법을 가르쳤는데, 거기에 경제에 관한 지문이 나왔습니다. 북향민 청(소)년을 대충 눈짐작으로 가르칠 수 없어서, 그때부터 경제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경제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려준 사람은《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쓴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입니다. 그를 통해 경제학이 어떤 영역인지 알아가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장하준을 비롯한 다른 경제학자들의 책을 통해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걸 못으로만 본다’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에 나타난 문제를 특정 이론의 관점으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됩니다. 운이 좋아서,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못이라면 손에 있는 망치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망치로 해결할 수 있는 삐져나온 못은 해결해야 할 문제 중에 몇 개일 뿐입니다.
언론을 보면 많은 경제학자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들이 주장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그 방법이 최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장하준의 말처럼 경제학을 하는 데는 옳은 방법이 하나만 있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세계 경제학을 지배한 신고전주의적 접근법을 비롯해 각각 장단점을 지닌 경제학파와 그들이 최적의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학설이 최소 9개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9개의 경제학 이론을 소개하는데, 이건 현재 경제학계에 알려진 최소의 이론입니다. 저는 일반 시민이 이 정도만 아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추가해서 저자가 책에 정성 들여서 쓴 경제사를 읽으면, 내가 사는 사회의 경제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적 현실이 너무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경제 현상이 지닌 태생적인 문제 때문에 하나의 이론만으로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경제 현장을 모두 분석해 낼 수 없다는 것과 각각의 경제학 이론이 기초적인 경제 단위를 각기 그들의 방법으로 개념화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 눈앞에 닥친 경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정치적으로 발표합니다. 그래서 경제 문제의 해결책에 관해서는 늘 공론의 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를 ‘개인 대 계급’으로 개념화한 사람, ‘거시 경제에 맞추는’ 사람과 ‘미시 경제를 더 신경 쓰는’ 사람, ‘초합리성과 제한적 합리성 중에 어느 걸 먼저 적용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런 걸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시각으로 보면, 주어진 자원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문제와 장기적으로 그 자원을 생산할 능력을 기르는 문제가 동전의 양면이란 걸 알게 됩니다. 경제학에서 이 두 문제는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것입니다.
경제에 대해 융합적인 시각을 갖추게 하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특히 책에서 다룬 경제학의 역사 혹은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한 기술은 다른 책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저자의 통찰입니다. 사회주의 경제까지 포함한 전 세계의 경제사를 보니 ‘해 아래 세상에 새로운 건 없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지금 새로운 이론이라고 등장한 경제 지침이 이미 예전에도 사용됐던 것입니다.
장하준이 썼는데도, 김희정이란 번역자가 따로 있는 건 저자가 이 책을 영어로 썼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에 더 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영어로 책을 썼고, 김희정이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번역이 꽤 매끄럽고 경제학 용어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에 문외한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교회 위임목사
◙ Now&Here©ucdigiN(유크digitalNEWS)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