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의로운 건 유연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유연하게 일에 대처합니다...

<잠언>은 이런 유연함이 하나님이 주신 정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1:3). 만약 인간에게 하나님의 정의가 없으면 인간이 죄를 이기기 힘듭니다. 우리가 아무리 큰일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정의롭지 못하면 그 모든 성공이 하나님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복,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속여서 쌓은 부는 반드시 그에 따른 징벌이 있습니다. 그 징벌이 부도(不渡)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한 불의한 청지기(누가복음 16:1∼9)가 떠오르게 됩니다…

[정이신 칼럼] 7. 정의로운 건 유연하다 »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유연하게 일에 대처합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유연하기에 상처 없이 깨끗하게 일을 끝냅니다. 권투 선수로 유명한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경기를 보면 상체가 유연하고 발놀림이 빨라서 상대방의 공격을 이리저리 잘 피했습니다. 그와 경기를 치렀던 상대가 대부분 강펀치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그와 경기를 하면 그에게 강펀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습니다. 권투에서는 이를 유효타라고 하는데, 상대의 유효타가 적어서 결국에 지친 상대를 알리가 제압해서 이긴 경기가 많습니다.

<잠언>은 이런 유연함이 하나님이 주신 정의에서 나온다고 합니다(1:3). 만약 인간에게 하나님의 정의가 없으면 인간이 죄를 이기기 힘듭니다. 우리가 아무리 큰일을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정의롭지 못하면 그 모든 성공이 하나님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성공한 만큼 지은 죄가 큰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살아있을 때는 그가 거둔 성공에 모두 쉬쉬하고 침묵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 이뤄지는 역사적 평가는 냉정하게 그가 한 일이 정의로운 건지 아닌지 말합니다. 이때 정의롭지 못한 일은 그의 업적에서 빼버립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와 달리 죄를 이기면서 일을 하게 만들기에 상급이 영원히 남아 하늘나라에 기록됩니다.

하늘나라에 기록된 상급과 기록되지 않는 상급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중에 내가 그걸 찾아 먹거나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건 하늘나라에 기록된 상급입니다. 그러나 부도난 통장이라서 숫자만 많이 적혀 있을 뿐, 찾을 수 있는 게 한 푼도 없는 건 하늘나라에 기록된 상급이 아닙니다.

이를 복(福)으로 바꿔보겠습니다. 내가 하늘나라에 쌓은 복은 하나님이 내게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주 급한 일이 생겨서 이 복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그걸 찾아서 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늘나라에 쌓은 복은 녹슬거나 썩어 없어지지 않기에,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마태복음 6:19∼20).

그러나 내가 세상에 쌓은 복은 세월이 흘러가면 그냥 썩습니다. 세상의 것은 자연스레 썩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쌓은 건 찾아서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세상의 복은 그걸 나누지 않고 혼자서 누리겠다고 쌓는 순간부터 썩기 시작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많이 주는 곳을 찾아 예금을 옮기는 게 은행관리의 비법입니다. 그래서 어떤 은행에서 이자를 많이 주는 상품이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존에 예금했던 은행에 있는 돈을 빼내 그곳으로 옮깁니다.

<잠언>의 기능 중 하나가 이런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쌓고 있는 복이 썩지 않을 하늘나라에 쌓는 것인지, 썩어질 땅에 쌓는 것인지 구별하게 해 주는 말씀이 <잠언>입니다. 그리고 이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하나님의 정의’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복,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속여서 쌓은 부는 반드시 그에 따른 징벌이 있습니다. 그 징벌이 부도(不渡)입니다. 자기가 쌓은 복이나 저축해 놓은 게 아주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으려고 가 보니 하나도 없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재물은 썩기에 반드시 이런 일이 생깁니다. 따라서 썩지 않을 곳으로 자신의 복을 옮겨놔야 합니다.

정의롭지 못한 재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떠오르는 게 예수님이 말씀한 불의한 청지기입니다(누가복음 16:1∼9). 예수님이 말씀했던 이 비유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지만, 이 비유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청지기의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 아닙니다. 정의롭지 않은 청지기가 바라봤던 게 뭔지 살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불의한 청지기가 의지했던 게 ‘주인의 너그러움’이라고 했습니다. 청지기는 그가 가진 지혜(히브리어: 호크마)로 인해 칭찬받았는데, 이것은 능숙한 자기 보호 기술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6:8>에서 “슬기롭게”는 헬라어 ‘프로니모스’를 번역한 말로 신약성경에서 이곳에 한 번 나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청지기는 불의한 자기의 행위에 아무런 소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자신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통보한 주인의 너그러움에 전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청지기는 자기가 잘못한 걸 알고 있었기에 변명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가 경험했던 바에 따르면, 그의 주인은 아주 너그럽고 늘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었습니다.

청지기는 주인의 이런 너그러움에 모든 걸 의탁하기로 마음먹고 주인 몰래 일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주인은 청지기의 이런 행동을 보고 슬기롭다고 했습니다. 재산이 줄었지만, 주인은 그의 너그러움에 의탁한 청지기를 칭찬했습니다.

우리가 이 청지기와 같은 존재라면 기댈 곳은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뿐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정의롭지 못하게 모았던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이를 통해 썩어가고 있는 재물을 앞으로 절대 썩지 않을 하늘나라의 상급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게 <잠언>을 통해 본 <누가복음 16:1∼9>에 대한 해석입니다. ◙ Now&Here©유크digitalNEWS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 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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