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
인생을 살면서 꼭 들어봄 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중략>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와 같은 시선을 확장시키는 의미의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독서에 관하여》에 계속 나옵니다. – [책 내용 중에서]
[북스저널=정이신목사]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인생을 살면서 꼭 들어봄 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중략>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와 같은 시선을 확장시키는 의미의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독서에 관하여》에 계속 나옵니다. – [책 내용 중에서]
박사학위를 여섯 개 가진 사람이 자신이 그렇게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부를 해 보니 다른 사람의 해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저 사람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서 더 공부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박사학위를 여섯 개나 취득하게 됐다. 그러나 공부가 늘 즐거웠던 건 아니다. 다만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탑을 쌓아야 했는데, 이 과정이 흥미로웠다. 새로운 위치에서 탑을 쌓기 위해 기존에 내가 공부했던 것과 다른 시각에서 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웅현의 책을 예전에 몇 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박사학위를 여섯 개 취득한 사람과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인데, 저자는 저와 다르게 그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다른 글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나만의 해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는 아집(我執)을 해체하는 일’이라는 걸요. 저자는 책에서 ‘나만의 해석을 만드는 게 독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나만의 해석을 만드는 일’이나, ‘나의 아집을 해체하는 일’이 서로 같은 것입니다.
저자는 ‘나이가 한 살 더 든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게 우리에게 아주 귀한 뉴스라고 제게 알려준 이는 이어령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 들었던 그 말씀이 저자를 통해 새롭게 들렸습니다.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게 아름다운 일인데, 그걸 늘 놓친 채 인터넷을 점령한 온갖 사회적 이슈에 묻혀 지내고 있는 제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봤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꼭꼭 찍어 읽기, 학(學)의 자세가 아니라 습(習)의 자세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저자가 쓴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주어진 삶의 길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와 같이 놀면서, 해마다 보고 있는 봄을 더 풍요롭게 바라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말한 자세로 책을 읽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많이 읽는 게 필요한 때도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읽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밀란 쿤데라가 쓴 소설에 있는 비극(悲劇)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 삶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패배를 이해하자고 합니다. 삶이 직선으로 나아가면서 늘 이기는 걸 궤적으로 남기지 않습니다. 의외로 많은 시간에서 우리는 패배를 경험합니다. 그럼 그 패배는 우리 삶에 전혀 필요 없는 군더더기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이런 면을 익히자고 합니다.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뭔가가 발명되면 그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하나의 발명은 새로운 도구의 탄생에 그치지 않고 다른 발전을 낳습니다. 예를 들어 에디슨이 만든 전구가 오늘날의 광학적 장치들을 발명할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게 이와 비슷합니다. 저자가 남긴 메모와 강독한 책들에 관한 독법(讀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자신의 방법으로 읽은 이는 저자고, 우리는 그의 시선을 따라 그 틈새를 본 것입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부러워지기 전에 저자처럼 우리도 ‘나만의 독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혹 나만의 독법을 가진 분은 이 책을 여러분만의 독법으로 읽어보십시오.
저자의 독서 방식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건 그의 메모 습관입니다. 저자는 늘 메모와 더불어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게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밑천이 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울림이 있는 글이 나오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그 글을 다른 곳에 옮겨보십시오. 책에 있는 문장 그대로 옮겨도 좋고, 여러분의 시선으로 바꿔서 옮겨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트를 몇 권 가지고 있다가, 생각이 날 때마다 펼쳐보십시오. 거기에는 분명히, 신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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