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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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유판규 목사] 험담 » 2022/08/19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때 두 가지 당부를 한다고 한다. 첫째로는 유치원에 가면 먼저 말을 많이 하기 보다 친구가 말하는 것을 두 배 만큼이나 더 잘 들으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친구의 단점과 허물만 보지 말고 그에게서 장점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친구 보다 말을 덜 하라는 것이다. 말하기 보다 듣기를 두 배나 더 하라는 당부이다.
둘째로는 절대로 어떠한 경우에도 친구에 대한 험담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대 경전 미드라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남을 헐뜯는 험담은 살인이다. 살인 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반드시 세 사람을 죽인다. 곧 험담을 퍼뜨리는 자기 자신 그리고 그것을 말리지 않고 듣고 있는 상대방 또 하나는 그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왜 유대인들은 그렇게도 아이 때 부터 험담을 절대 금하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그것은 그들의 역사적인 아픔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주전 약 6세기 경에 바벨론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그 때 하층인들은 흩어지고 상류층들은 바벨론 까지 끌려가게 되었다. 그래서 성전 중심 예배가 없어지고 가르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회당 중심의 신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흩어진 남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회당을 중심으로 뭉치고 하나되는 삶을 살아야 했는데 그 삶의 모습이 바로 ‘기부츠’이다.
기부츠란 일종의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를 의미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밖에서 일했더라도 그 수입을 다 내놓고 쓸 형편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아이들 공부나 학업도 다 그 공동체에서 책임을 져 주었다.
그런데 그 공동체가 평안한 가운데 유지가 되려면 분명한 규칙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험담을 금지하는 일이다. 험담은 히브리어로 ‘라손 하라’라고 하는데 이것은 곧 ‘악한 혀’라는 뜻이다. 이것이 공동체의 하나됨과 평안을 깨는 가장 무서운 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험담을 살인죄의 하나로 여겼던 것이다.
레위기 19:16절에는“ 너는 네 백성들 가운데로 험담하며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또 유대 학자들은 이 험담을 ‘나병’이라고도 불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병에 걸리면 공동체에서 함께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쫒겨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험담하는 사람은 결코 성인이 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아무리 길고 견고한 쇠사슬도 한 고리만 끊어지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탈무드의 교훈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장잠과 단점이 동시에 있기에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단점을 들춰내고 퍼뜨리는 험담은 무조건 삼가해야 한다. 나도 단잠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며 공동체의 둑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글 유판규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예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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