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목 雪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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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목 雪木
하얗게 가슴을 연 알마티 겨울은
바랜 유년의 수다한 꿈이 닿는 고향입니다
천산아래 성긴 바람 한 자락 꾹꾹 눌러
쁘리메라 골목으로 빠져듭니다
성에가 숨쉬며 지나간 아침
시린 손 집어 넣은 호주머니는 텅 비어
외로움이 불쑥 들어옵니다
하얀 이야기를 덮은 자작나무
길게 누워 허우적이는 날개짓이 메아리 되고
밤새 출렁이던 그 꿈들이 어디로 새어나갔는지
덩그러니 세워 둔 침블락 골짜기로
비집고 들어 온 바람 한 줄기만 탱탱합니다
남루한 타관의 갈한 몸 짓
이 아침 하늘 다 젖었습니다
결결이 묻어 둔 아이의 바랜 이야기가
나무마다 하얗게 피었습니다
저자 김부식/ 본지 중앙아시아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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