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된 교회,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교회&목회저널=추태화 소장] “개혁된 교회,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는다…

2023년 10월 31일은 온 세계 교회가 기억하는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1517년 루터에 의해 95개조 반박문이 공표되었으니 올해 506주년이 된다. 역사가들이 주장하듯 종교개혁은 루터 한 사람이 일으킨 교회 개혁은 아니었다.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사회계층적 변화들이 이미 시대적 진동을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핵심적인 요인이 있다면 루터 안에 불 붙은 진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거룩한 열망>이라고 해야 하겠다. “죄인된 인간이 어떻게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가”(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무한하신 하나님을 품을 수 있는가?) 고도의 존재론적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루터는 이 난제에 대한 해답을 성경에서 발견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

인간적 측면에서 표현하자면 루터의 성경 연구가 인간 존재의 난제를 풀었다 하겠으나, 영적으로 보자면 다르게 말해야 한다. 이 경우 하나님의 말씀이 루터 안으로 파고 들어 시대를 격변시키는 진동을 일으키신 것이다. 곧 성령의 검이 갈급한 성경독자에게 진리로 내리치신 것이다. 이 현상은 성경을 읽는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하는 <거룩한 영감>의 은혜이다. 이 성구의 발견은 교황제 아래 포로로 잡혀 있는 형상인 성경과 교회를 다시금 빛을 발하게 하였다. 성경의 권위와 교회는 다시 거룩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후 세속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닥친 것은 역사가 증언한다.

독일의 경우 루터교는 세속화 되어 갔고, 마치 제도화된 종교처럼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프랑케, 슈페너, 진젠도르프를 위시하여 경건주의(Pietism) 운동을 일으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 후 18~19세기 자연과학과 더불어 자유주의 신학이 유럽을 강타하며 20세기를 맞이할 때 독일에는 히틀러로 대변되는 국가사회주의 운동(나치즘)이 발흥했다. 금세기에 일어난 정치와 종교의 야합, 하나님 앞에서 어떤 변명도 허용되지 못할 죄악이 저질러진 것이다. 이는 현대 교회사에 다시 없을 치욕이요 부끄러운 상흔으로 남는 시기로 기록된다.

나치 정권은 정치를 종교화 했고, 또한 종교를 정치화 하였다. 그들은 오로지 정권 쟁탈에 혈안이 되어 기독교를 이용했다. 즉 국민적 동조를 얻기 위해 기독교를 양면 전략으로 유린했다. 한쪽에서는 회유, 다른 한쪽에서는 탄압을 자행했다. 이때 독일식 신앙을 찾아야 한다며 사이비종교이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기독교계에서는 독일식 기독교를 세워야 한다며 나치주의와 야합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나치 정권이 비호해 주면 선교가 힘을 얻으리라 주장했다. 또한 정권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누리는데에 정신이 쏠려 있었다. 그들은 제국교회라는 교단을 설립하고 복음의 가르침에 따르는 자들을 억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복음의 편에 선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고백교회(Confessing Church)를 형성했다. 이들은 성경에 비추어 나치 정권은 비성경적 정치 집단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유대인 박해는 치명적인 인권 유린이자 반인륜적 행위였다. 이때 유감스럽게도 나치는 루터의 반유대적 글을 인용하며 유대인 박해를 자행했다. (이 글에서 루터의 평가는 논외로 한다) 여기에 고백교회는 저항했고, 수많은 이들이 감옥에 투옥되고, 반국가적 범죄라는 죄명으로 순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P.슈나이더, D.본회퍼 목사, 델프 신부, 뮌헨대 학생으로 구성된 백장미단이 대표적인 분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나치독일의 패전으로 끝나고 독일 루터교를 위시한 기독교계는 다름슈타트 선언, 슈투트가르트 참회선언을 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회개했다. 집단회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교회의 과오와 복음 실천에 대한 부족을 회개하는 진의는 역사에 남았다.

나치에 부역한 기독교에 대한 심판일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러시아 군이 점령한 지역은 나중에 분단되면서 동독이 되고, 사회주의 정권에 의한 처참한 교회 탄압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1980년 초부터 동독에서 월요촛불기도회가 태동하였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 이 참회와 자유에 대한 기도는 드디어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1990년 역사적인 독일 통일을 이룩하였다. 이 모두가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과 교회가 겪은 역사적 격동의 세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는다. 교회가 있는 한 개혁은 멈추어서는 안된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 있으면서 복음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개혁은 교회의 존재 요소가 된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중단할 수 없는 종교개혁의 정신, 잊어선 안되겠다.

필자소개

추태화 소장 : 현 이레문화연구소 소장, 단국대 국문과 학사, 독일 뮌헨대 독일문예학 석사, 독일 아우그스부르크대 독일문예학 박사.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2021.02. 정년퇴직함.

단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독일문예학, 기독교문학, 철학, 사회학을, 그리고 아우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일문예학과 신학(Dr.phil.)을 공부했다. 문학과 문화 비평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그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맑고 풍요로워지기를 꿈꾸는 기독교 문화운동가이다. 현재는 안양대학교 신학대학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를 은퇴하고, 이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그 동안 뮌헨에 있는 ‘현대역사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역사와 문화 분야를 연구하였다. 탄탄한 이론과 현장성을 갖춘 저자는 여러 기독교 미디어에 필진으로 활동하면서 기독문화 칼럼을 연재하여 왔고, 또한 기독교문화 분야의 동지들과 함께 ‘세계기독교문화연구원’을 통해 기독교문화 확산에 헌신하고 있다. 저서로는 ‘광장에서 문화를 읽다’. ‘영화, 그 의미에 길을 묻다’. ‘상상력의 유혹’, ‘대중문화 시대와 기독교 문화학’, ‘기독교 영성에 비추어 문학 새롭게 읽기’, ’21세기 기독교 인문학의 전망’, ‘영화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101가지 이야기 신학’, ‘문화의 미로에서 길을 찾다’. ‘태초에 문화가 있었느니라’, ‘국가사회주의와 기독교 신앙’ 등이 있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기독교 문예학, 문학과 신학 통합 연구, 기독교 문화학과 문화비평, 문화연구 방법론, 독일 나치시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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