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하는 즐거움

[영성칼럼=Dr. Elijah Kim] 신학하는 즐거움 » 

하나님을 더 깊이 아는 것이 “신학하는 즐거움”의 하나...

신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조직신학’ 그 중에서도 핵심에 해당하는 ‘구원론’은 쉬우면 한 없이 쉬울 수 있지만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운 난해만 학문중의 하나입니다. 구원의 서정, 정죄론, 구속론, 예정론과 선택론, 칭의론, 중생론, 성화론, 성도의 견인, 구원의 확신론, 영화론에 이르기까지 신학용어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롭게 들려지는 라틴어와 헬라어와 히브리어가 강의 중 끝도 없이 나옵니다. 영어가 이토록 다양할 까?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요청하는 수많은 어휘와 용례 그리고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새벽 두서 반이면 시작되는 새벽 기도회에는 이미 성도들이 두 시만 되어도 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어김없이 매일 저녁에 드려지는 기도회는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중단없이 연중무휴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일 드려지는 저녁 기도회를 통해 성경을 공부하게 되고,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또한 예배합니다. 저녁 기도회를 마치면 그 다음날 강의를 위해 이른 새벽까지 강의를 준비하고 또한 다듬곤 합니다. 매일 매일 진행되는 조직신학 강의로 인해 하루 하루가 매우 바쁘게 돌아갑니다. COVID 19 으로 인하여 지구촌 학교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이제 COVID 19이 잠잠한 이후에는 학교는 정상화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이 180명에 이르러 하루 종일 시끌벅적합니다. 모든 강의실이 아이들로 만원입니다. 유치원과 초등 교사들이 11명에 행정직까지 모두 17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은 현재 36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들 하나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모릅니다. 저는 이번에 4학년 졸업반 9명의 학생들에게 “구원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몇 년의 갭이 있었기에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2010년 이 건물을 완성할 당시만 해도 초현대식 건물에 몇몇 강의실은 Overhead projector를 설치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작동이 되지 않거나 또는 화면이 뿌옇게 되어 재교체를 해야만 합니다. 제가 보스톤에 돌아가도 계속 강의를 하려면 제일 관건은 중단되거나 끊기지 않은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준비도 병행하면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통해 다시금 “신학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젊은 날의 저는 철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에 거의 미쳐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철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역사를 한 20년 정도 공부하고 나서 신학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를 곧장 신학하도록 인도하셨기에 청년 시절의 저는 매우 큰 방황을 했습니다. 철학이 너무 좋았고, 역사와 사회과학은 제 몸을 구성하는 세포조직처럼 뗄 레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저의 영혼의 구성원이었습니다. 막스 베버를 비롯해, 에밀 뒤르켕 뿐 아니라 지멜, 베블런, 파레토의 책을 끼고 살았습니다. 그런 저를 꺽으시고 20대의 나이에 신학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토록 싫어했던 신학을 20대 나이게 하게 하신 것입니다. 20여년 정도 유럽 문명의 핵심이 되는 그리스 로마 문명을 이루었던 철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했던 저는 한국에서 신학을 마친 후 한국에서의 목회 6년 반, 그리고 필리핀 목회 10년을 채우자 40이 넘은 나이에 유럽에서 실제로 철학과 역사, 사회과학과 인문과학 그리고 거기에 이슬람과 신학까지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시간은 저에게는 꿈만 같았던 시간입니다. 시계침을 다시 돌린다 해도 이토록 행복하고 흥분되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느라 새벽 4시는 이른 시간이고 아침 6시가 되어 아예 잠자는 시간조차 없던 날도 허다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저의 영혼을 송두리채 학문하는 즐거움으로 빠져 들게 했을까요?

지금 돌이켜 보니 제가 말하는 학문, 종교, 법, 철학, 사회학, 사회과학 일반, 인문학, 인문과학, 자연과학, 순수과학, 응용과학, 예술, 역사 이 모든 것들은 “신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반이었음을 봅니다. 세상의 모든 학문은 “신학”으로 가기 위한 초등학문이었습니다.

바울은 고백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빌립보서 3:8-14)

“사실 순교자의 영성을 가진 학교를 세우라!”라는 감동을 주셔서 2010년 대학 설립을 추진하였고 2013년에 필리핀 교육부로부터 대학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필리핀 사역도 그리고 보스톤 사역도 모두 현지인에게 넘겨주고 그 사역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며 임무라고 자각하고 있었기에, 필리핀 중부 지역 신학교 학장으로, 그리고 중국 선교사로 그리고 평양 과기대 교수로 사역했던 제자를 총장으로 취임케 했습니다. COVID 19이 터지면서 저의 총장직 이후 총장으로 재임하던 Dr. Perla가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제자를 총장으로 세울 때만 해도 저의 임무는 다 마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12월 말부터 올해 11월까지 이 제자가 더 이상 총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사표를 두번이나 제출했습니다. 이사장인 저는 만류했지만 그 고집을 꺽을 수는 없었습니다. 2010년 백지에서 시작하여 대학 설립, 대학원 설립, 초등학교 설립을 했던 것처럼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이 학교의 발전을 회피할 수 없어서 그 책임을 떠 안아야 했습니다. 기쁨 보다는 부담이, 설레임보다는 괴로움이 앞섰습니다. 책임 뿐 아니라 밀려 있는 강의부터 진행해야 했습니다.

여러 강의를 해야 하지만 가장 급한 것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그 강의는 바로 조직신학 “구원론”입니다.

신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조직신학’ 그 중에서도 핵심에 해당하는 ‘구원론’은 쉬우면 한 없이 쉬울 수 있지만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운 난해만 학문중의 하나입니다. 구원의 서정, 정죄론, 구속론, 예정론과 선택론, 칭의론, 중생론, 성화론, 성도의 견인, 구원의 확신론, 영화론에 이르기까지 신학용어 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롭게 들려지는 라틴어와 헬라어와 히브리어가 강의 중 끝도 없이 나옵니다. 영어가 이토록 다양할 까?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요청하는 수많은 어휘와 용례 그리고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20대에 신학을 하면서 도서관에 남아 밤을 새우며 읽었던 40여년 전 그 시절이 매번 떠 올랐습니다. 목회도, 선교 그리고 다시금 시작되었던 영국에서의 학문하는 순간도 주제를 다룰 때마다 제각기 다른 시각으로 각인되고 상기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신학하는 즐거움이란?”

제가 후학들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그 어려운 내용들을 가능한 한 쉽고 평이하게 전달하려고 하면 할 수록, 갈수록 깊어지는 성경의 깊고 오묘한 말씀으로 인해 비록 잠시 힘들 수 있지만 이들이 결국에는 “신학하는 즐거움으로 이끄는 대양으로의 항해”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고자 하는 소망이 강렬히 저의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 그리고 하나님을 더 깊이 아는 것이 “신학하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이에 대하여 호세아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낫게 하실 것이요 우리를 치셨으나 싸매어 주실 것임이라…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타나심은 새벽 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 하니라”(호 6:1,3)

평소에 익히 알고 있는 성경 구절이지만 이 구절이 지닌 깊은 의미와 연관성 그리고 전체 구속사에서 펼쳐지는 인류 구원과 하나님의 섭리가 하나의 총체적 그림으로 펼쳐지는 모습은 “신학하는 과정”속에서 얻어지는 가장 큰 기쁨이며 고통 끝에 배태되는 진주와도 같습니다.

신학자 Lorraine Boettner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자요, 보존자요, 최종 처리자이시며, 우리가 그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는 분이시기 때문에 그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우리의 모든 지식에 기본적이고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입니까?

당연히 아닙니다.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일반 은총이 주어져서 우주와 지구 그리고 세상 만물이 거저 된 것이 아니라 놀라운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아래 지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종의 숨바꼭질처럼 하늘의 별들, 우주의 이치, 자연의 질서와 세계를 연구하고 하나님을 발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나님은 일반은총을 통해 인간에게 많은 진리를 계시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러나 창조주에 관한 지식의 빛이 없다면 우리는 요점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이유와 존재 이유를 추구하고 찾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곤 합니다. 골로새서 1장 15-17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며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윗이 “내가 주의 증거들을 늘 읊조리므로 나의 명철함이 나의 모든 스승보다 더 나으며”(시편 119:99)라고 말합니다. 다윗은 하늘과 별과 만물을 통해 창조자 하나님 그 분을 알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신론으로 그리고 계시에 근거한 신학 그 중에서도 조직신학은 2000년이 흐르면서 인간들이 하나님을 찾고 연구한 지혜와 총명이 높고 깊고 광대하게 축적되었습니다. 그러한 그들의 놀라운 연구물을 읽고 깨닫는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시금 신학에 몰두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의 경지를 뛰어 넘는 학문 그 이상입니다. 사도 야고보에 따르면,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이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야고보서 1:17)라고 말합니다. 참된 신학 지식은 그러한 귀중한 선물 중 하나입니다. 이 신학을 통해 만물을 연구한 그 모든 학문을 넘어서는 빛과 진리의 세계를 깨우치고 탐구하는 경건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중세 신학자 보나벤투라(1221-1274)는 야고보서의 그 진술을 반영하면서 야고보가 말하는 빛은 다양하게 굴절된 단일 광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나님이 그 근원이시지만, “동시에… 많은 빛이 있습니다. 그것은 빛의 원천으로부터 광대하게 흘러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신학은 다양한 시대, 장소,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진리의 적용과 상황을 위한 재해석과 탐구를 지속합니다. 이는 온전히 인간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지만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지금은 “인간복제” “인공지능” “특이점의 도래” 등등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묻고 있는 질문들에 대하여 새로운 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코 지치지도 않고 파고 파도 깊은 샘물이 터지듯 깨달어지고 새롭게 조명되는 “신학하는 즐거움”에 비록 잠이 줄어들고 육신이 힘들어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참여하는 거룩한 동참은 그 어떤 세상의 기쁨과도 비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빌립보서 3:10)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4)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로마서 1:20)

필리핀 한알의 밀알 교회에서 김종필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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