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말씀송4편 ◙ Photo&Img©ucdigiN
[말씀송에세이=이요한 감독]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 긴 겨울 뜨거운 바람 시리즈 4회 »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고전 2:9)
새해가 되어 집안 곳곳에 비치해놓은 카렌다를 바꿨다. 컴퓨터 앞에 있는 카렌다엔 지난 일 년의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순간이었다.
그것 중 진한 글씨로 “Dogs vanish(개들 이사 간 날)”라고 쓴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작년 2월 둘째 주일의 메모다.
이사와 보니 옆집에 개들은 송아지만 했다. 어찌나 사나운지 누가 얼씬만 해도 집어삼킬 듯 큰 입을 벌리고 으르렁댔다. 자동차만 지나가도 짖고, 사람의 발소리만 들려도 세상이 떠나갈 듯 짖어댔다. 그런 개가 세 마리다. 둘은 짝이고 한 마리는 새끼였다.
“우리 왕자님 오늘 잘 놀았어요? 엄마 퇴근을 많이 기다렸어요. 엄마랑 뽀뽀하자 쪽~ 그래 우리 장군이도 일루와 쪽~”
옆집 현관이 내 서재의 창문과 엇비슷이 있었기에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감동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짧은 시간에 깨졌다.
자식이 없는 옆집 부부는 개들을 자식처럼 여기며 살고 있었다.
그 개들은 마치 자기들이 사람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보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마당에 나가면 파란 철책을 찢을 듯 세 마리의 개는 달려든다.
‘아니 내 집에서 내가 돌아다니지도 못해?’ 개들 텃세(territory:영역)가 이리 심할 줄이야.
가장 큰 곤욕은 암컷의 발정기가 되면 1, 2주가량 수컷과 떼어놓는데, 방에 갇힌 암컷과 밖에 있는 수컷들의 포효가 밤낮으로 이어져 우리 가족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
‘어르신, 개 때문에 죽겠어요.’ 말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개들이 아빠 닮았구나!)
그동안 동네 사람들과 이로 인한 분쟁이 빈번했었고, 경찰이 숱하게 왔다 갔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고 한다. 그럴수록 개들과 개 주인의 사기만 높아졌을 뿐!
설상가상으로 사시사철 담배를 물고 정원에서 개들과 노는 어르신 때문에 담배 연기 싫어하는 우리는 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어르신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적어도 예순다섯은 훨씬 넘었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아뿔싸 나보다 네 살이나 연하가 아닌가! (열 살이나 더 들어 보이는 그, 열 살이나 어려 보이는 나)
부글부글 끓고 있던 차에 그날도 담배를 물고 말을 건네는 그에게 나의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근성이 발동해버렸다.
“이봐요 형씨! 담뱃불 좀 끄고 말해요. 거, 나이도 어린 사람이…”
(그날 이후로 옆집의 사모님은 인사도 안 받았다)
그런 상황을 뚫고 나는 연극 야곱을 집필했다. 멀쩡한 서재를 놔두고 거실로 나가 글을 썼다. 대본은 중반을 넘어섰다. 미스바 사건을 쓰는 중이었다. 그날따라 개들이 짖어댔다. 하란에서 20여 년을 살았던 야곱은 삼촌 몰래 처자식을 이끌고 야반도주를 한다. 3일 후에나 이 사실을 안 라반은 야곱 일행을 추격한다. 드디어 야곱을 붙잡은 라반은 항변하는 야곱에게 “야곱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하고 말하는 대목에서 “야곱 무슨 개소리냐?” 하고 써 놓은 것을 리딩하면서 발견하고 연기자들과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나님! 저 개들 좀 어떻게 해 주세요.’
기도하다가도 어이가 없고, 그러다가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그때의 상황.
나는 구체적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개들 성대 수술은 말도 꺼낼 수가 없으니, 차라리 저 집이 대박이 나서 이사를 하게 해 주시면 어떨까요? 네?’
작년 2월 어느 주일 아침, 교회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벨이 울렸다. 옆집 개 아빠였다.
“오늘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서 인사하러 왔어요.”
‘예? 갑자기 이사….?’
급히 이사하게 된 것은 그분의 친척이 지방에서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그것을 모두 물려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기도대로 개 아빠 인생에 대박이 터진 것이다. 할렐루야~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 나는 어느 곳에 있든지 주만 바라고♫….)
개들은 사라졌다. 동네가 조용해졌다. 이제야 비로써 정원에 잔디를 밟으며 자유를 얻게 되었다.
봄이 한창일 때 옆집에 이삿짐이 들어왔다.
‘혹시 강아지는? 담배 태우시나요?’
“저는 강아지 알레르기 때문에 안 키우고, 담배도 안 피웁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나는 차를 대접하며 격하게 환영했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새로 이사 온 젊은 부부와 우리 가족은 재밌게 잘 지내고 있다. 그들을 전도하는 것이 지금 우리 가족의 기도 제목이다.
오늘 말씀송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라 늘 암송하다가, 가족 휴가 중 제주 성산포 앞바다에서 작곡했다.
새해가 밝았는데… 하나님이 예비하신 그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한 예비 하심을 기대하며 새해 첫날 빨간색 숫자 밑 여백에 1월호 원고 마감이라고 쓴다.
말씀송 tv: https://youtu.be/MTu7gny2gAc?si=wIbFPIbRODbkgSwZ
(이곳을 클릭하면 이 찬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요한 (작, 연출가)
연세대 언론홍보 대학원 졸업. 한기문예총 예술 총감독 역임. 100여 편의 말씀송을 작곡하여 금주의 말씀 송(유튜브 검색)으로 발표. 연극 야곱, 뮤지컬 갈릴리로 가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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