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보니페이스 8세 이야기
교황 첼레스티노5세가 갇혔던 장소 ◙ Photo&Img©ucdigiN
[문화저널=한평우 목사] 교황 보니페이스 8세 이야기 »
“힘은, 아껴야 한다”
보니페이스 8세는 전임 교황을 로마에서 멀지 않은 Ferentino의 퓨모네 성(Castello Fumone)에 수도사 몇 명과 함께 감금시켜 버렸다. 교황은 그 성의 작은 독방에 1년 반 가까이 머물다가 81세로 세상을 떠났고, 20년 후에 성인으로 추대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교황 보니페이스 8세는 거만하고 권위적이었다. 친족 등용, 성직매매, 지나친 탐욕, 동성애의 소문도 무성했고, 더 나아가서…
로마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곳에 일명 교황마을이라고 하는 인구 2만의 도시가 있다. 13세기에는 5만이나 되었다고 한다. Anagni는 교황 몇 분이 출생한 산 동네 마을이다. 교황 그레고리 9세, 알렉산더 4세, 그리고 보니페이스 8세, 그리고 건넛마을에서 중세의 가장 강력했던 교황 이노첸트 3세가 태어났으니 대단한 마을인 셈이다.현대에도 어떤 위인이 태어났느냐로 마을의 중요성을 구분한다.
그는 자신보다 140년 전에 태어난 교황 이노첸트 3세를 닮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는 교황 첼레스티노 5세를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첼레스티노 교황은 79세의 고령으로, 산속에 있는 수도원에서 기도만 하던 분이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평생을 은수자로 살아온 자가 정치력이 요구되고 격동하는 유럽의 제후들과 왕들, 그리고 추기경들을 다루어야 할 신분으로서는 합당하지 못한 교황이었다.
당시 로마는 두 큰 가문이 서로 싸웠는데, 서로에게 무관한 사람을 세우려다 보니 부득불 선택된 것이었다. 고로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혼미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한참 후에 마지못해 승낙해야 했다. 세상은 황홀한 자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나 그는 지성인들의 우아한 라틴어를 사용할 수 없어 투박한 토착어를 사용해야 했고, 교황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 역할을 원하는 자들에게 넘겨주므로 추기경들을 당황하게 했다.
교황은 그 자리를 정확히 5개월을 버티다 결국 스스로 사임을 발표해야 했다. 그를 사임하도록 유혹한 자가 있었는데, 교황의 방에 비밀 관을 설치한 후, 하나님의 음성을 흉내 내어 네가 계속 그 자리를 고집하면 지옥 불에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그런 소리를 듣고는 두려워 결국 교황복을 벗고 은수자가 입는 넝마로 갈아입은 후 추기경들을 모이게 하여 사임을 발표했다. 그 자리를 잽싸게 차지한 자가 바로 보니페이스 8세 교황이다.
그는 야망이 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폴리에서 대관식을 치르고 로마로 돌아가는데, 전임 교황도 동행한다고 선포했다. 이유는 온유한 전임 교황을 따르는 무리들이 힘을 규합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가도에는 수많은 시민이 화려한 행렬을 구경하는 중에, 전임 교황은 재빨리 행렬에서 이탈하여 수도하던 산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황은 대노하여 당장 체포하여 오라고 했고 전임 교황은 결국 끌려오고 말았다. 끌려온 전임 교황은 보니페이스 8세에게 예언을 했는데, “당신은 여우처럼 세상에 등장해서 사자처럼 군림하고, 개처럼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
보니페이스 8세는 전임 교황을 로마에서 멀지 않은 Ferentino의 퓨모네 성(Castello Fumone)에 수도사 몇 명과 함께 감금시켜 버렸다. 교황은 그 성의 작은 독방에 1년 반 가까이 머물다가 81세로 세상을 떠났고, 20년 후에 성인으로 추대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교황 보니페이스 8세는 거만하고 권위적이었다. 친족 등용, 성직매매, 지나친 탐욕, 동성애의 소문도 무성했고, 더 나아가서 그는 자신의 동상을 무수히 건립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 프랑스 왕 빌립 4세와 돈 문제로 대립하게 되었다. 필립 왕은 신하 기욤 드 노가레에게 1천6백 명의 군사를 주어 왕인 자신과 불란서 국민을 파문한 교황을 체포하도록 했다. 보니페이스 8세는 교황복을 차려입고 자신을 체포하려는 자들에게 용감하게 맞섰다. 그러나 결국 체포당했고, 기욤 드 노가레는 그 억센 주먹으로 교황의 뺨을 불이 나게 쳐버렸다.
교황이 누군가? 교황은 하나님의 대리자로 교황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한 터치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 교황의 볼때기를 신하의 주제에 불이 번쩍이게 쳤으니,
오, 말세로다!
이런 일은 교황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주님께서도 뺨을 맞으셨다. 마26:67)
전혀 예기치 못한 공격으로 교황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아나니 주민들이 들고일어나 프랑스 군인들을 공격했고, 인명피해가 크게 일어날 것을 염려한 노가레는 조용히 물러가고 말았다.
그러나 군인들과 주민들 앞에서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하는 교황이 뺨을 맞았으니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을까! 그 엄청난 충격으로 한 달도 못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단테는 교황을 용광로에 거꾸로 매달리는 제 8원에 넣었다.
무릇, 힘 있는 자는 그 힘을 아끼고 아껴야 한다. 그랬더라면 교황 보니페이스 8세는 뺨을 맞지 않았을 테고, 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별것 아닌 인생인데 어쩌자고 힘만 주어지면 그리 교만할까?
사진, 구글에서 검색/ 교황 첼레스티노5세가 갇혔던 장소 이미지 합성.
글 한평우 목사/ 본지 목양저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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