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음악 세계

[문화저널=조기칠 목사]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음악 세계 » 

“거인의 발자국을 딛고 일어서다!”

지난주에 미국의 전, FOX New의 앵커였던 터커 칼슨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푸틴 대통령의, 현재의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가 하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서구 세계의 미디어를 통해서, 어쩌면 편집되고 강요된 정보만을 들을 수 있었다면, 그러다가 이번의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를 통해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알권리를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러시아제국과 주변의 동유럽국가 간에 오랫동안 분쟁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19세기에는 러시아가 헝가리를 침공하고 그에 대한 반발로 헝가리의 많은 지식인들이 독립운동하였지만, 그것이 실패로 막을 내리면서, 헝가리의 수많은 사람이 미국에 정치적인 망명을 위해서, 독일의 항구도시인 함부르크로 몰려왔습니다.

1. 요하네스 브람스의 등장

그러한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함부르크 출신의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였습니다.

함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던 브람스는, 함부르크에 몰려온 헝가리 사람들로부터 많은 헝가리의 민속음악과 집시음악을 배울 수가 있었고, 그의 음악 세계속에는 많은 부분에서 헝가리의 민속적인 선율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는 함부르크에 와있었던 헝가리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레메니’를 알게 되어 그의 연주회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헝가리 음악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당시에 독일의 뒤셀도르프에 살면서 유럽 음악계에 낭만파음악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R. Schumann을 찾아가서, 그 앞에서 브람스의 피아노소나타 1번을 연주하게 되는데, 슈만은 브람스의 연주를 듣고 크게 감명하여, 슈만이 발간하고 있는 음악 잡지 <음악 신보>1853년 10월호에 브람스를 소개하기를 “그는 우리 시대의 이상적 표현을 해줄 운명적인 사람이다!’라고 브람스를 추켜세우는데, 슈만의 절대적인 후원을 입은 브람스는 당시의 음악가들이 주목하는 실력을 갖춘 음악가로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위대한 음악가인 슈만으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고 유럽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지만, 그는 그에 대해서 큰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다시 함부르크에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가 존경하는 선생인 슈만이 정신적인 문제로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뒤셀도르프로 돌아와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슈만 대신에 슈만의 부인이었던 클라라 슈만과 7명의 아이를 돌보며, 당시에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의 후견인으로서 그녀를 뒷바라지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슈만 가족의 경제적인 책임과 클라라 슈만의 후견인이 되어 모든 스케줄 관리를 하면서 클라라 슈만에 대해서 연정을 풀게 되며 깊이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사랑했던 것이지요.

그것은, 아마도 슈만이라는 스승의 부인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죄책감과 존경심이 한몫한 것이 사실이지만, 슈만이 사후에도, 클라라 슈만과 자녀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면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25년간을 가슴 한쪽에만 담아두었던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2.19세기 후반의 유럽 음악계의 흐름

당시 후기 낭만파의 음악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리스트와 바그너였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베토벤에 의해서 확립됐던 낭만파음악의 전통을 무시하고, 과격하게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나가고자 했습니다. 특히, 리스트는 전통적인 형식의 교향곡 대신에 교향시(Symphonic Poems)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표하며 발전시켜 나가고자 했고, 또한 바그너 역시 전통적인 오페라 대신, Musikdrama라는 ‘악극형식’의 오페라의 새로운 장르를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반면에 브람스는 그들의 음악 활동에 찬동하지 않으며, 베토벤의 초기 낭만파 형식의 음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 두 그룹사에는 상당한 갈등이 일어나서 음악계가 바그너파와 브람스파로 양분되고 맙니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브람스가 낭만파 시대에 활동하기는 했으나 당시의 리스트나 바그너 등의 낭만파의 음악에 동조하지 않고, 형식을 중시하는 고전파의 음악을 계승했다고 해서,’신고전파’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복잡한 상황 가운데서 브람스는 더 이상 독일에 머무르지 않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거점을 옮겨서, 처음에는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만, 완벽하게 변신하여, 작곡가로서 정말 아름답고 가슴 서리도록 기가 막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나갑니다. 특별히 지금까지 레퀴엠이 라틴어로만 만들어졌던 것을 이 시기에 브람스는 독일어로 만들어진 독일 레퀴엠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선배 작곡가들이었던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30대까지 수많은 교향곡과 협주곡 등을 발표했던데 반하여 브람스는 43세에 와서야 그동안 그렇게도 염원했던 교향곡을 발표합니다.

3. 브람스 음악의 걸작 중의 걸작인 교향곡 1번 Op. 68

“베토벤 교향곡 제10번이 발견되었다!”
브람스가 20대 때부터 교향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하고 시도를 했으나 결국 21년 후에야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이 탄생하여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하면, 베토벤의 존재였습니다.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 특히 9번의 합창교향곡을 세상에 내어놓음으로써 ‘교향곡은 이제 완성되었다’라는 인식이 당시의 작곡가들에게는 팽배해 있었습니다. 교향곡은 베토벤에 의해서 ‘완성됐다’라고 하는 분위기 속에서 브람스는 그러한 베토벤을 능가할 만한 교향곡을 만들기에는 자신이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리스트나 바그너는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을 단념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지만…그러나 브람스는 교향곡의 작곡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브람스는, 그가 교향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하고 구상한 지 21년 만인 43세 때에 그의 교향곡 1번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되었을 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교향곡의 수준이 높음을 칭찬하며, 베토벤 교향곡 제10번이 탄생했다고 환호했습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단단한 구성미 위에서 펼쳐지는 목관과 현악기의 조화로운 향연은 마치 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함부르크항구를 연상시킵니다.

북독일의 항구도시의 회색빛 부두 풍경과 습기 찬 기후는 음악 속에 그대로 농축되어 있습니다. 새벽녘 강변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기선들을 바라보며 소년 브람스의 꿈과 서정이 가슴 깊이 응축되어 있다가, 43살의 중년이 되어서야 그의 펜을 통해서 그 기선의 뱃고동이 되어 우리의 귓전에 내뿜어지는 듯 합니다.

제1악장의 선율은 그가 8년 전 스위스에서 여름을 보내며 사랑하는 클라라 슈만에게 한 장의 그림엽서를 보내는데, 알펜 호수에서 보냈던 기억을 반추하며 그 선율들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4악장에서는, 그가 그렇게도 존경했고 따르기를 원했던 베토벤 교향곡 9번의 4악장의 선율을 약간 편곡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저는 이부분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가슴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나오는 주체할 수도 없는 눈물과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쁨과 감격을 느끼곤 할 정도입니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습니다.

Brahms – Symphony No 1 in C minor, Op 68 – Järvi

글: 조기칠 목사/ 클레식음악 칼럼니스트

사진:iClassical Com/ Johannes Brahms Vol. 4 -1957- Yehudi Menuhin Docu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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