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말씀송 6회 ◙ Photo&Img©ucdigiN
[말씀송에세이=이요한 감독]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 긴 겨울 뜨거운 바람 시리즈 6회 »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아오리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아오리라.
(욥23:10)
깊은 산속 깊은 밤.
가마니 한 장이 출입문이었다. 흙을 이겨 만든 아궁이 위에 솥단지 하나 걸고 군불을 지피면 한밤중에 부엉이가 들어와 부뚜막을 차지하고, 스산한 바람결에 들짐승들의 어슬렁거리는 소리가 무섭기만 하던 그곳은 바로 누군가 여묘(廬墓) 살 이를 하고 떠난 움막이었다.
엄마는 오늘따라 늦었다.
돌배를 한 다라이 이고 이집 저집 행상을 해 떼거리를 마련해오던 엄마는 먼 동네까지 나간 모양이다.
심지마저 간당간당한 호롱불을 들고 어린 자식들은 산기슭까지 내려와 엄마를 기다렸다.
사방에 무덤이 둘러싸여 금방이라도 소복 입은 처녀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엄마~엄마~ 밤길에 엄마가 외롭지 않도록 어린것들은 목청껏 외쳐 보지만, 아직 엄마는 사정거리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묵묵부답이다.
다만 멀리서 늑대인지 여우인지 크엉~ 크크엉~ 울어 댈 뿐.
첫 돌맞이 아기가 누나 등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을 때쯤 저 아래서 이윽고 엄마의 소리가 들린다.
애들아~ 애들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가 서로 쓸어안고 한바탕 눈물 바람을 뿌리면 어느새 꼬맹이는 엄마 젖을 빨고 크억 하고 트림을 했다.
“엄마! 그때 어떻게 그렇게 사셨소?”
“너희 아버지를 믿었으니까.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양반이니 처자식으로 인해 비굴해지지 않도록 힘을 보탠 것뿐이다.”
이것은 곱게만 자랐던 최진사댁 셋째딸! 까만 먹줄 한번 튕겨주고 소달구지에 쌀가마를 가득 싣고 오던 당대 최고의 측량사(測量士)의 며느리가 겪은 1960년 말 전남 진도 어느 산골의 이야기다.
“그때는 너희 아버지가 내 고생을 다 알아주었기 때문에 견딜 수가 있었고, 예수님을 알고부터는 주님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인생의 질고를 견딜 수가 있었다.”
2011년에 나는 대학로 소극장에 배우 양택조 주연으로 성극 “I know you”를 올렸다.
메시아가 탄생했다는 소문을 들은 헤롯 왕은 두 살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한다. 당시 바리새파 세도가였던 아비훗 집안에도 같은 시기에 아들이 태어나지만, 헤롯의 눈을 피해 멀리 애굽으로 빼돌린다. 그것이 발각되어 아비훗의 부모는 처형당하고, 동생은 감옥살이하고, 그야말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대제사장은 주인공 아비훗에게 감옥에 있는 동생을 빼내는 조건 하나를 제시한다.
그것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를 때 돌을 들어 예수의 얼굴을 내리치라는 것이었다. 아비훗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고 있었다.
아비훗은 군중들의 틈을 뚫고 예수의 발 앞에 당당히 섰다.
‘어차피 사형당할 예수! 대제사장이 책임을 진다고 했으니, 멋지게 헤 치우리라!
이거 한방이면 20여 년을 칙칙한 지하 감옥에서 썩고 있는 내 동생을 살려낼 수가 있는데…’ 아비훗은 돌을 높이 들었다. 에잇! 그 순간 예수의 눈빛과 마주쳤다. 다시 한번 에잇! 에잇! 아비훗은 돌을 든 채로 그 자리에서 석고처럼 굳어버렸다. 피하려 하지도 다른 어떤 표정도 짓지 않는 예수의 눈빛은 I know you, “나는 너를 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예수는 다시 병정들에게 끌려 떠나가는데, 혼이 나간 듯 사람들에게 떠밀려 나뒹굴던 아비훗은 대 제사장 수하들에게 끌려가 돌을 맞는다.
이것은 픽션(fiction) 으로 2011년 <사상과 문학지>에 발표한 직후 연극무대로 올린 나의 창작 희곡(戱曲)이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연극이 끝나고 극장 문을 열면, 찐빵 솥에서 연기가 나듯 사람들의 어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열기는 성령 충만이었던 것 같다.
그 공연은 나에게도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
45일을 대관해 놓고, 한 달 이상을 극장에서 연습만 했다. (배우들이 성령 충만한 상태에서 공연을 올리고 싶었으니까….) 드디어 크리스마스날에 막을 올렸다. 첫날부터 대박이었다. 신문과 방송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 연극은 목회자들이 많이 찾아오셨는데, 대부분이 몇 번씩 재관람을 했다. 그러나 그간 밀린 대관료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루는 아침에 극장을 가는데 아내가 “하늘에서 돈 천만 원만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ㅎㅎ” ‘그런 것을 돈벼락이라고 하지?..ㅎㅎ’ 그때 실제로 내일까지 해결해야 하는 대관료는 약 900여만 원이었다.
그날 밤, 연극이 끝난 극장은 과히 눈물바다요, 성령의 도가니였다.
늦은 밤 집에 귀가해 코트를 벗는데,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꺼내 보니 대학로 지점에서 발행된 모 은행의 자기앞수표 열 장이 아닌가! 기억을 더듬어 인사를 나눴던 목사님 중 짚이는 분께 전화를 드렸다.
“저는 그 연극을 다섯 번째 보러 갔는데, 성령님이 무조건 천만 원을 찾아서 이 감독에게 헌금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인터파크에 걸었던 티켓 판매를 중단하고, 전 석 무료 관람으로 연극을 마쳤다.
나는 지난 수 개월간 손 마디가 아프고 군살이 박히도록 기타를 두들겨 대며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오래전 주님과 약속한 말씀송 찬양을 직접 부르며 전하기 위해서다. 무려 8년 동안을 망설이던 일이다. 이번엔 방송국 매체가 아닌 유튜브를 통한 방식이다.
그 첫 곡으로 바로 이 말씀송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당하는 고난이 나를 단련하시는 과정이라는 놀라운 욥의 고백과 정금같이 나 오리란 믿음의 결단을 다지면서, 나의 가는 길을 오직 주님만이 아신다는 사실에 또 용기를 내본다.
말씀송 tv: https://youtu.be/XF1jh9ogQyQ?si=PSCkZf-e73avUJHM
(이곳을 클릭하면 이 찬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요한 (작, 연출가)
연세대 언론홍보 대학원 졸업. 한기문예총 예술 총감독 역임. 100여 편의 말씀송을 작곡하여 금주의 말씀 송(유튜브 검색)으로 발표. 연극 야곱, 뮤지컬 갈릴리로 가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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