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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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저널=정이신목사] 바른 마음 »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지음, 왕수민 옮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옮음은 왜 다른가
문화심리학에서는 ‘문화와 정신은 서로가 서로를 구성한다’라는 사실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다시 말해 심리학자들은 보통 문화를 무시하지만, 그래서는 마음을 연구할 수 없다. 특정 문화에 의해 내용이 꽉 채워져야만 정신이 온전히 기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류학자들이 으레 그러듯 심리학을 무시해서도 문화를 연구할 수 없다. (성인식, 주술, 종교 등의) 갖가지 사회적 관습과 제도는 어느 정도 인간의 생각과 욕구에 의해 형성되고, 그 생각과 욕구 역시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 자체가 다른 곳에서 유사한 형태의 사회적 관습과 제도가 생겨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책 내용 중에서]
인류사를 보면 도덕적인 인간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덕적 인간은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을 제공하고 사라집니다. 그 뒤 마음이 합리적 추론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습적 직관에 따라 물 흐르듯 춤추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도덕적 인간을 소환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덕적 인간이 비도덕적 사회에서 죽임당한 사건이 얼마나 가슴 아픈 교훈인지 서로들 배웁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도덕적이란 이유로 죽임당한 사람에 대해 재평가를 시도하고, 도덕적 인간을 숭모합니다.
이런 학습 과정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진보한다’라는 허상은 여전히 인간을 강력하게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 땅에서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는 존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타인의 상황을 공감하기보다, 진보의 환상에 젖어 자신이 속한 매트릭스(matrix) 안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겨 넣으려고 애를 씁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마음이 도덕적 미각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은 ‘마음이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란 명제가 아닙니다. 저자는 인간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마음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추론이나 수학, 혹은 논리를 가지고는 해낼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 작업이 오로지 ‘관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찰을 예리하게 만들기 위한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책에 인용해서 소개한 글에 의하면, 유명한 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그가 가진 공감 능력이 그의 학문적 명성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학자로 판명된 사람이지만, 현대의학 용어로 아스퍼거장애를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여러 명 있습니다. 그러니 학자는 그들이 세운 학문적 업적으로 이해하는 게 낫습니다. 그들에게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추라고, 현대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판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감은 동시대의 사람을 향해 열린 것이고, 과거의 인물에 대해서는 공감보다 이해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사람들이 왜 정치와 종교 때문에 서로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싸우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어떤 사람은 선하고, 다른 사람은 악해서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인간의 마음이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도록 자신이 속한 매트릭스에서 직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동방식은 직관으로 먼저 도덕의 목표를 설정한 후, 전략적 추론을 통해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계합니다. 인간의 사고가 지닌 이런 특징을 저자는 호모 듀플렉스(homo duplex)란 용어로 설명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침팬지의 본성 90%와 벌의 본성 10%로 구성돼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을 위해 이익집단을 만든 후, 거기서 말하는 직관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즐깁니다.
이 전략적 추론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란 인간의 본질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지혜가 있는 사람’이란 기능도 작동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첫 자리를 사피엔스가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매트릭스에 사는 사람이 제시한 목표가 나와 비슷해도,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추론 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전략적으로 억지를 부립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지극히 직관적인 생물체기에 인간이 하는 전략적 추론도 직감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걸 벗어나려면 나와 다른 매트릭스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가 가진 도덕적 잣대를 맨 앞에 들이밀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보다는 그들과 공통점을 먼저 발견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형성한 후, 그들과 공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또 그와의 관계가 원만해져서 도덕성과 관련된 이슈를 무사히 꺼낼 수 있게 됐더라도, 먼저는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런 후 진정성 있게 그와 발걸음의 보조를 맞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견고한 자신의 매트릭스 안에서 상대를 향해 서로 총질만 해대게 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정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와 재임까지 성공한 사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단 두 명입니다. 이 중 한 명이 빌 클린턴인데, 저자는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클린턴이 자신의 친근한 이미지와 유창한 말솜씨를 하나로 결합할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 이유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저자는 미국의 공화당원은 도덕심리학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민주당원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민주당원에게 ‘술책을 쓴다고 공화당원을 탓하지 말고 심리학을 공부하라’라고 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심리학이 다루는 영역이 넓어서 현대사회에서 권력을 효과적으로 나누고, 꼭 필요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심리학이 필수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집단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자기에게 이익을 주는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와 도덕이란 매트릭스를 사용합니다. 이때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지만, 때로는 매트릭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도 만듭니다. 그러니 자기가 거기에 갇힌 줄 모르고 속한 공동체의 매트릭스 안에서, 자신이 품은 장대한 서사만 옳다고 주장하면 안 됩니다. 도덕이 멀게 한 눈으로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의 효용성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다른 매트릭스에 속한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열었으면, 이제 그들과 우정이 가득 담긴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가 쉬워지기에, 그와 했던 논쟁거리를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가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나를 위해, 나의 발전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그와 건설적으로 싸우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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