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onio Vivaldi: “베네치아의 사계절”
vialdi ◙ Photo&Img©ucdigiN
[문화저널=조기칠 목사] Antonio Vivaldi: “베네치아의 사계절” »
결코 잊을 수 없는 도시… 베니스(베네치아)!
예술과 음악을 이야기한다면 베네치아공화국만큼 예술을 꽃피우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문명을 자랑하고 꽃을 피웠던 도시는 없을 것입니다. 비발디가 태어나서 일평생 음악 활동을 했고, 바그너, 베르디, 스트라빈스키가 사랑했던 곳, 클래식 음악을 품은 곳, 베네치아… 어떤 시인은 베네치아를 가리켜서 “혼자서는 절대로 오지 마라. 너무 힘들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도 여자가 그 품에 쓰러질 수밖에밖에 없는 곳이다.” 이렇게 말했다는 곳 베네치아…
1. 비발디는 누구인가?
가는 시간 붙잡을 수 없고, 오는 시간 붙잡을 수 없는 듯, 3월이 시작된 오늘부터 이곳 뉴욕은 가는 겨울을 보내기가 몹시도 서운한 이별의 눈물인 듯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창문을 치면서 이방인 사나이의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염없이 봄비가 내릴 때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베니스(베네치아)입니다.
예술과 음악을 이야기한다면 베네치아공화국만큼 예술을 꽃피우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문명을 자랑하고 꽃을 피웠던 도시는 없을 것입니다. 비발디가 태어나서 일평생 음악 활동을 했고, 바그너, 베르디, 스트라빈스키가 사랑했던 곳, 클래식 음악을 품은 곳, 베네치아….
어떤 시인은 베네치아를 가리켜서 “혼자서는 절대로 오지 마라. 너무 힘들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도 여자가 그 품에 쓰러질 수밖에밖에 없는 곳이다.” 이렇게 말했다는 곳 베네치아….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마침 이번에도 유럽 선교사 콘퍼런스가 베네치아의 옆 동네인 파도바(Padova)에서 개최가 예정되어 있어서,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연인을 만나는 기대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는 것처럼 베네치아의 재회의 기대에 들떠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산마르코광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0여 년 전의 모습이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산마르코광장의, 가슴 시리도록 화려한 자태는 언제 보아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산 마르코광장을 따라 스키보니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등 유서 깊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쯤의 아치형 다리를 건너가면, 바다를 정면으로 접하고 있는 백색의 큰 성당을 보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라 피에타’ 성당입니다.
정면의 벽에는,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낯익은 얼굴, 안토니오 비발디의 두상이 부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카톨릭 교회의 신부였던 비발디가 고아들을 모아놓고 연주를 하고 작곡 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라 피에타 성당에 들어가면 지금은 예배당만 남아있지만, 원래 이곳은 단순히 예배당의 기능만 했던 곳이 아니라, 베네치아의 고아들을 위한 구제기관이기도 했습니다.
안토니오 루치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는 그 유명한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비발디의 길게 땋아 내린 붉은 색깔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의 머리를 보고 ‘빨간 머리의 신부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비발디는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라 피에타 성당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받아, 거기에서 고아와 사생아들을 모아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일요일마다 시민 연주회를 열어서 콘서트를 개최하여,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실력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는데, 그 소식이 유럽대륙의 전역에 퍼지게 되어 그는 일약 유명 스타가 됩니다.
당시에도 베네치아를 여행하면 반드시 고아들의 콘서트를 보는 것이 여행자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될 정도로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게 됩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그로서는 성직자로서 목양의 임무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만 했겠으나, 목양의 업무보다는 음악 활동을 하는 음악가로서의 활동이 훨씬 더 우선적인 일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비발디는 성격적으로도, 성직자로서의 규율이나 구속에 얽매이는 것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사제치고는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교구나 교회로서는 성직자로서의 목양 사역보다는 그가 가장 잘하는 음악 활동을 할수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비발디가 작곡한 작품의 수는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특히 그는 협주곡에서 대단히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작곡가였습니다. 그때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협주곡 양식을 탈피하여 독주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독주협주곡 양식을 확립시켰습니다.
그는 특히 바이올린의 명수였는데, 바이올린의 아주 좋은 협주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특히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오보에의 악기를 세밀하게 연구하여 이 네 악기를 위한 많은 협주곡을 남겼는데, 그 곡 중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이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Four Season)입니다.
2. 곡의 구성
비발디의 사계는, 베네치아의 사계절의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의 선율로 멋지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소리와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 등 일상의 자연에서 느끼는 소리와 변화를 맛깔나게 악기로 연주하는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는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시)를 붙였습니다. 이 시의 작시 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는 않지만, 시구에 베네치아의 방언이 사용된 점이나, 비발디의 편지에 자주 나타나는 베네치아식의 철자법이 사용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비발디 자신이 작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악보의 군데군데에 비발디 자신이 쓴 해설들이 나옵니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순박한 사람을 묘사한 악구에 ‘주정뱅이’라는 식으로 적어놓는 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계를 듣다 보면 이 작품의 계절이 주는 변화무쌍함이 상당히 인간적으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봄과 가을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주는 계절로, 여름과 겨울은 인간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계절로 그리고 있습니다.
3. 사계에 사용된 소네트와 해설
봄(La Primavera)
1악장: 봄이 왔다. 새들은 즐거운 노래로 인사한다. 그때 시냇물은 살랑거리는 미풍이 상냥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봄을 알린다. 폭풍우가 가라앉은 뒤,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2악장: 여기 꽃들이 만발한 즐거운 목장에서는 나뭇잎들이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두고 잠들어 있다.(개 짖는 소리를 비올라의 짧고 강한 음향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의 비올라로 개 짖는 소리를 표현한 재치와 익살스러움에 감탄합니다.)
3악장: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전원풍 춤곡에 명랑한 백파이프의 소리에 맞추어 눈부시게 단장한 봄의 찬란한 지붕 아래서 춤추고 있다.
여름(L’Estate)
1악장: 이 무더운 계절에는 태양도 사람도 타는 태양도 가축의 무리도 활기를 잃고 있다. 들조차 담이다.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다.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상냥하게 분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북풍이 싸움을 걸어온다. 양치기는 갑작스러운 비를 두려워하며 불운에 떨며 눈물을 흘린다.(비발디는 여름을 바이올린의 격한 폭풍우가 내리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여름은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아주 뛰어난 곡이기도 합니다.)
2악장: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큰 파리와 작은 파리, 광란하는 파리 떼의 위협을 받은 그는 피곤한 몸을 쉴 수조차 없다.(파리 떼가 윙윙거리며 낮잠을 방해하는 모습을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독주 바이올린이, 주인공이 꾸벅꾸벅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고 있는 모습을 가벼운 리듬으로 들려줍니다. 잠시 후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멀리서 천둥 치며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3악장: 아아, 그의 두려움은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치고 우박을 내리게 하여, 익은 열매나 곡식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만다.(여름의 잔인성을 보여줍니다.)
가을(L’Autonno)
1악장: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복된 수확의 즐거움을 축하한다. 박카스의 술 덕택으로 떠들어댄다. 그들의 즐거움은 잠으로 끝난다 . (자연과의 투쟁이 끝나고 다시 축제의 분위기로 바뀝니다. 가을의 축제 속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주정뱅이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주합니다)2악장:일동이 춤을 그치고 노래도 그친 뒤에는 조용한 가을 공기가 싱그럽다. 이 계절은 잠으로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먹고 마시고 즐기던 주정뱅이들이 만취한 상태로 곤한 낮잠에 빠집니다.
비발디는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을 현악기의 꿈결 같은 소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3악장:새벽에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 개를 데리고 사냥에 나선다. 짐승들은 겁을 먹고 총과 개들의 소리에 지칠 대로 지쳐 상처를 입고 떨고 있다 도망칠 힘조차 없어서 궁지에 몰리다가 결국은 죽고 만다.(독주 바이올린은 사냥꾼에게 쫓기는 동물들의 긴박한 곡을 연주하면 응답하는 현악기들은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를 연주합니다.)
겨울(L’Inverno)
1악장: 차가운 눈 속에서 얼어붙고 떨며, 격심하게 불어오는 무서운 바람에 쉴 새 없이 발을 구르고 달린다. 너무 추워 이가 덜덜 떨린다.(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달리는 모습을 실감 나게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악장: 불 곁에서 조용하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 밖에서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이 매우 애잔합니다.)
3악장:얼음 위를 걷는다. 넘어지는 것이 무서워 느린 걸음으로 주의 깊게 발을 내디딘다. 난폭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아래로 쓰러진다. 다시 얼음 위를 걸어, 격하게 달린다. 이것이 겨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겨울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빙판길을 걷는 모습을 짧은 음표들로 시작합니다. 발을 헛디뎌 빙판길 위에 넘어지는 모습도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남풍의 선율이 겨울의 추위를 녹이는듯합니다. ‘남풍’은 사계 전체의 결론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따스한 남풍의 선율로 우리 인생의 봄의 희망과 계절의 순환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4. 마무리…
우리에게는 비발디 하면 바로 ‘사계’가 떠오를 정도로 친숙하고 친근한 음악가이지만, 사실은 비발디는 세계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거의 잊힌 존재였습니다. 그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베네치아를 떠나서 유럽의 여러 도시를 전전하다가 비엔나에서 거의 객사하다시피 했고, 성직자로서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수많은 추문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더 이상 사랑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잊혔던 그의 음악이 2차대전의 상처와 마음속의 힐링이라는 주제를 타고 다시 복원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그 많이 듣는 음악 중의 하나가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사계’가 되었습니다.
사실 ‘사계’라는 곡은 그가 독립적으로 작곡한 곡은 아니었고, 그의 바이올린협주곡인, <화성과 칭의에의 시도>에 들어있는 협주곡 중에서 처음 처음 네 곡을 뽑아내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부제를 붙여, 이 4곡을 ‘사계’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Vivaldi: The Four Seasons – Anne-Sophie Mutter /Mutter Virtuosi Ensemble
글: 조기칠 목사/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 Now&Here©ucdigiN(유크digitalNEWS)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