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에 한가지 소원은
이요한 7회 ◙ Photo&Img©ucdigiN
[말씀송에세이=이요한 감독] 내 평생에 한가지 소원은 » 긴 겨울 뜨거운 바람 시리즈 7회 »
주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사모하는 그것…
내 평생에 한가지 소원은 주의 집에 살면서
주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사모하는 그것이라. (시편 27:4)
믿음의 선한 싸움을 다 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리라 (김미혜, 권혁만)
시인들은 시편 27편 4절을 인용하여 위의 시를 썼다.
이것을 읽는 순간, 앞 구절에 멜로디가 입혀져 한 달 내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질 않았다.
히브리서 4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고,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한다고 했다. 곡을 붙이다 보면 이 말씀을 실감할 때가 많다.
어떤 말씀은 뛰는 것처럼 활발한 속도의 ‘알레그로’(음악 용어)로 표현이 되고, 어떤 말씀은 ‘아다지오’로 표현된다. 아다지오는 느리게 연주되는 ‘안단테’와 매우 느린 속도의 ‘라르고’ 사이의 적당히 느린 속도를 의미한다. 이 곡은 바로 아다지오로 만들어졌다.
내 평생에 한가지 소원이 뭐지? 주의 아름다움이 뭘 의미하는 것인가? 나 홀로 질의응답이 계속됐다. 말씀이 운동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러다 시의 앞부분에 9마디의 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많은 수식어(Sentence modifier)가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했다.
시편 27편을 반복적으로 읽었다. 다윗이 고난 중에 쓴 시다. 굴욕과 절망이 그를 죄어왔다. 그러나 다윗은 비록 도망자 신세가 되어 굴속이나 바위틈에 숨었을지라도 성전을 사모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향한 신뢰는 흔들림이 없었다. 하나님도 이런 다윗을 신뢰하셨다.
이사야 55장에서 내가 너희를 위하여 영원한 언약을 맺으리니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라고 꼬집어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애정을 표현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그를 만민에게 증인으로 세웠고 만민의 인도자와 명령자로 삼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저마다 말씀을 레마(rhema)로 받아 깨달음의 반복을 이어간다.
앞에 시인들(김미혜, 권혁만)은 레마로 받은 시편 27편을 묵상하면서 결국은 “믿음의 선한 싸움을 다 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리라.”라고 신앙 고백을 토해냈다.
나는 그 대목을 곡의 클라이맥스 부분으로 쓰면서 리타르단도(rit… 점점 느리게)를 표시했다. 드디어 한 달 만에 곡이 완성되었다.
이 시(가사)를 쓴 주인공은 기독 작품의 대가 권혁만(전 KBS PD) 감독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다.
당시 나는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막 퇴원한 직후라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침상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다가 한 예고 프로그램에 시선이 고정됐다. 같은 프로그램인데 오전과 오후의 예고편이 달랐다. 그것은 KBS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사랑- 손양원”이었다.
나는 생사를 넘나드는 어려운 심장 수술을 이겨내며, 말씀으로 다가오신 주님의 기적을 체험했기에 유독 죽음이라는 워딩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공중파 KBS에서 마치 기독교 채널을 보는 것 같이 예고편을 자주 내보내고, 그것도 황금시간대인 밤 10시에 방송이 잡혔다는 것이 놀라웠다.
‘얼마나 신임을 얻었길래 저렇게 좋은 시간을 배정받았을까? 어떤 피디인지 궁금하네’ 혼잣말이었다.
기다렸던 방송은 기대 이상이었다.
관찰자 시점의 방식으로 한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손양원 목사의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직 별이 총총한 검푸른 미명. 찬송의 선율이 울려 퍼지면 카메라는 노송 사이로 교회 지붕 위 십자가 탑을 향하다가 활엽수 낙엽이 소복이 쌓인 앞마당으로 옮겨간다. 유난히 크게 바스락 밟히는 낙엽이 가물어 건조한 늦가을을 말해주고 있었다. 새벽 예배를 가는 사람들… 휠체어를 밀고, 옆구리에 성경을 끼고 지팡이도 짚었으나 손가락이 없는 사람들. 그들은 나이 많은 한센병 환자들이었다. 지상의 (인생의 늦가을 같은) 발걸음 소리를 뒤로하고 마치 천국을 가는 것처럼 그려지는구나! 하고 생각함과 동시에 천국은?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첫 장면의 해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 감독의 생각이 그랬었구나!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고, 지금도 그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미처 못다 한 장면들을 삽입해 곧바로 영화로 만들었고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어 화제가 됐다. 그 후로도 권 감독은 주기철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일사 각오>, <걸레 성자 손정도>, 김창식 목사의 이야기를 엮은 <머슴 바울> 등 우리나라 기독교에 역사적 인물들을 필름에 담아내며, 기독교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후 권혁만 감독과는 예방선 (예능인 방송인선교회)에서 만나 그는 회장으로 나는 사무총장으로 5년 임기(2017~2021) 동안 즐거운 사역을 한 바 있다. 지금도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로 나는 늘 그 형님을 존경한다.
에필로그(epilogue)
짧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가사를 남긴 김미혜 님은 권혁만 감독의 아내다.
그러나 그녀는 2024년 2월 주님의 곁으로 돌아갔다. 이 찬양이 불릴 때마다 (故)김미혜 님의 주님 사모하는 마음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조금 느린 속도가 아름다운 아다지오의 느낌으로…
말씀송 tv: https://www.youtube.com/watch?v=ToPwk0PQXm8
(이곳을 클릭하면 이 찬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이요한 (작, 연출가)
연세대 언론홍보 대학원 졸업. 한기문예총 예술 총감독 역임. 100여 편의 말씀송을 작곡하여 금주의 말씀 송(유튜브 검색)으로 발표. 연극 야곱, 뮤지컬 갈릴리로 가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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