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와 교회의 신비

[영성칼럼=Dr. Elijah Kim] 부부와 교회의 신비 » 

부부란, 행복도 함께 하고, 사랑도 함께 하지만, 고난과 짐도 함께 지는 것…

부부란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매우 짧은 2박 3일 동안 영국에 있는 딸 네 집에서 아내와 아들을 만났는데, 그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1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의 집에는 제가 아내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38년의 세월이 담긴 사진들이 빙 둘러 걸려 있습니다. 저에게 위로와 행복 그리고 미소를 짓게 하는 것입니다. 집 어디를 가도 아내와 가족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특히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을 보면 지금도 설레고 참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가 살던 고향 인천 월미도 찻집에서 청초하고 아리따운 아내를 만나 차를 마실 때에 작고하신 가수 이동원씨가 옆자리에 있었습니다. 중절모를 쓴 아주 포근한 인상을 주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석양이 물든 월미도를 보면서 저는 아내에게 즉시로 찻잔 아래에 있는 냅킨에 시를 써서 헌시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사장님이 저희를 보고 너무 잘 어울린다는 덕담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희가 어디를 가든지 “참 보기 좋다” “잘 어울린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금슬지락(琴瑟之樂) 즉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잘 어울려 아름다운 합주를 만들어 내듯이 저희는 상호보완 관계였습니다. 아내가 극본을 쓰면, 저는 역사적 사실이나 글의 내용을 채우고 보완하여 주면 근사한 완성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소 딱딱한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글을 쓰면 그 글이 아내의 손을 거치면 마치 생기를 불어 넣듯 박진감과 흥미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글이 됩니다. 제가 보아도 신기했습니다. 아내에게는 영감과 창조력과 사람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흡인력이 있다면, 저는 냉철한 논리와 학문적 논거와 역사적 타당성이 있어서, 부부의 글이 서로 만나면 꼭 금슬지락 같습니다.

1986년 결혼 한 저희는 신혼여행을 오산리 금식 기도원으로 갔습니다. 그 많은 고난의 세월을 글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공공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고 나온 아내가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 변치 않고 성결하게 부부로 살다가 순교자로 삶을 드리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저의 머리는 검은 머리카락 찾기가 쉽지 않은 정말 파뿌리 같은 흰머리가 되었습니다. 40년에서 2년이 부족한 세월입니다. 돌이켜 보니 저희 부부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백년해로 하고 함께 죽음을 맞는 축복이 많은 부부들이 꿈꾸는 삶 아닐까요? 저희가 같이 늙어가고 마지막에는 순교자로 생사를 같이하자고 했는데 이제 순교자의 삶만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2박 3일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영국을 방문하면서 밤을 꼬박 지새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영국으로부터 보면 부부가 떨어져 지낸지 어느새 24년째가 되었습니다. 제가 늘 아내를 그리워 할 때마다 필리핀을 떠오르곤 합니다. 너무나 힘든 사역 가운데 밤새도록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저희 부부는 서로의 두 손을 꼭 잡고 무릎을 꿇고 늘 기도하다가 동녘을 맞곤 했습니다. 이번 영국 방문이 그러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지난 24년을 戀慕之情(연모지정)으로 아내를 그리워했는데 영국에서의 짧은 시간이 그토록 귀하고 또 귀할 수 없었습니다. 일생동안 오직 아내만을 생각하며 살아 온 삶(是一生一念，一念一人)이 마치 에베소서 5장 25절에 사도 바울이 권면하신 것처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를 기억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신부 되신 교회의 모습이 신랑이 보고 반할 만큼 정결하고, 거룩하고, 깨어 있고, 정절과 믿음을 지키며 기름을 준비한 모습은 늘 제 평생 제 곁을 지켜온 아내를 보면 그 말씀이 참으로 깊게 와 닿습니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깊어지면 서로의 고민을 나누게 됩니다. 필리핀 건축 가운데 철근이 손등을 강타해 아내의 손등에는 깊은 상처가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깊었습니다. 약을 바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오며 그 고통과 상처가 저의 온 몸에 전달되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영국 오기 이틀전에 그러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 이곳에 매우 중요한 지도자를 모시고 집회 중이었는데 그 시각이 마침 설교 중이어서 통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보스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늘 재정적 압박은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저께 일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여름성경학교 교사 강습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집회 하나를 위해 온 교회가 금식하고 준비하고 전 교회를 새롭게 가꿉니다. 그것을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러한 준비와 헌신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새로운 주제가 10곡 정도를 엄선하여, 율동과 특활활동과 교재와 수많은 것들을 준비합니다. 1,100명이 넘는 교사와 목회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동안 진행되는 이 교사 강습회가 주는 영향력은 주일학교 사역과 여름성경학교 뿐 아니라 개교회 부흥과 다음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희 여름성경학교 강습회 모습은 다음 동영상 뒷부분에 일부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QXHCWKGic&t=21s 그리고 짧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VsQZHSRWD8) 그리고 저희 교회 뿐 아니라 여름성경학교를 위한 간식과 기타 물품 등 수많은 재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영국에서 아내를 만날 때에 주머니에 동전 하나 남김없이 털어 내듯 필리핀 헌금으로 드리고 난 뒤 이제 카드 빚만 지고 보스톤으로 돌아 온 저는 탈진 아닌 탈진에 걸린 사람인 듯 했습니다.

어제 여름성경학교 교사 강습회를 마친 다음날인 주일 밤에 아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름성경학교 경비, 교사와 교수 급여, 건축 중에 필요한 재료비, 그리고 공사로 인해 갚아야 할 대금 등이 당장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금액이 너무나 커서 읽는 순간에 큰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아내는 저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헌신했어요. 그러나 이 짐을 보고도 남편인 제가 나 몰라라 뒷짐만 질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부부란 무엇일까요? 행복도 함께 하고, 사랑도 함께 하지만, 고난과 짐도 함께 지는 것이 부부 아닐까요?

저는 부부가 가지는 신비에 대하여 성경을 통해 상고해 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1장 23-28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번 죽을뻔 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번 맞았으며 세번 태장으로 맞고 한번 돌로 맞고 세번 파선하는데 일주야를 깊음에서 지냈으며 여러번 여행에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오히려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

바울처럼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조의 고난을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바울의 고백처럼 강도의 위험도, 배의 파손의 위험도, 죽기 직전까지 맞았던 태형도, 배고픔도, 헐벗음 보다도 교회를 위한 염려가 매일 매일 눌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의 어떤 고난과 어려움보다 더 힘든 것이 바로 교회를 위한 염려 가운데 “눌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영어로는 pressure(압박) 또는 burden(짐)이라고 하지만 헬라어로는 ‘에피수스타시스( ἐπισύστασις)입니다. 이 뜻은 자신을 대적하는 것의 총화이며 온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소요 즉 소란스런 모임을 선동하여 폭도를 만들 때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압박과 눌림은 ‘포이넨 에피수스타시온(ποιεῖν ἐπισύστασιν)’이라고 합니다. 사도행전 24장 12절 온 무리가 소동(오늘날 대규모의 데모와 같음)을 일으킬 때에도, 민수기 26장 9절에 이스라엘 온 백성이 모세를 대적할 때에 이 단어가 쓰여졌습니다. 한 국가나 한 도시의 전체 인원이 대적하여 누르는 그러한 압박이 바로 ‘에피수스타시스’입니다.

저는 아내를 만날 때마다 하는 애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건물도 없었을 때, 대나무 성전도 없었을 때, 자동차도 없었을 때, 방 한 칸에 세식구가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그때는 밥 한끼 먹지 못할 때에는 세명만 굶으면 되었습니다. 그때는 자동차가 없어도 걸어 다니면 되었습니다. 방 한 칸 생활도 딸이 이해해 주어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15,000명의 어린이들이 참석하는 여름성경학교를 위한 눌림은 밥 한끼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주 지불해야 하는 수십명의 교사와 교수진의 급여는 밥 한끼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주에 또 한번 전기가 끊기는 아찔한 순간이 왔습니다. 우리 주님 오시는 날 선교사의 숙명이라 여기는 책임과 직무를 내려놓고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내려 놓으세요” 나의 한끼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영혼들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사실은 내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내려 놓으면 그 많은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요?

사도 바울은 순교자로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이 개척했던 고린도 교회, 에베소 교회, 빌립보 교회, 베레아 교회, 아테네 교회, 데살로니카 교회 등 여러 교회들을 의한 염려로 인해 늘 눌리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그가 순교자로 삶을 마칠 때 그는 비로소 교회를 염려하는 눌림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었으며 비로서 주님 품에 안식할 수 있었습니다.

때론 편한 마음으로 먹고 싶어도, 때론 아무런 고민없이 살고 싶어도 아내와 함께 고난과 시련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의 한 알의 밀알교회를 생각하면 저는 오늘도 다시금 교회를 향한 염려와 눌림 가운데 무릎을 꿇고 한 분이신 하나님께 목놓아 기도하게 됩니다.

보스톤에서 김종필 목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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