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쟉 교향곡 9번-신세계

[문화저널] » 드보르쟉 교향곡 9번-신세계» 조기칠 목사

보헤미안 나그네가 보았던 꿈과 환상의 신세계-미국-

드보르쟉 교향곡 9번-신세계 (From The New World)-문명국가로 도약하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인생에 멋진 행복을 보장해 줄 것 같은 과히 신세계였던 것입니다. 그의 눈에 비친 20세기의 위대한 기술문명의 나라인 미국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 것…

1. Dvořák: Symphony No. 9 “From the New World”

건강한 음악이란,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슬픔보다는 기쁨을 더 많이 안겨주는 것이 건강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음악사에서 건강한 음악의 작곡자라고 하면, 바흐, 헨델, 하이든, 드보르쟉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드보르쟉은 체코의 국민주의 작곡가입니다. 국민주의 혹은 민족주의 음악이란, 유럽에서 일어났던 내 나라, 내민족이라는 의식의 태동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등장하여 전 유럽을 휘젓고 다닌 사건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유럽인들에게, 드디어 내 민족, 내나라라는 민족주의가 태동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정치뿐 만이 아니라 미술이나 음악에서도, 민족주의(국민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오늘 소개해드리는 드보르쟉도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의 위대한 민족주의 음악가의 한 사람입니다.

작곡에 특출한 재능을 보였던 드보르쟉은, 브람스의 적극적인 추천과 도움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활약을 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음악 외에 한가지의 취미가 있었는데, 그것은 기관차와 철도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그는 기차와 철도에 대해서 거의 편집증이라고 할 만큼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차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역에 가서 기관차를 구경한다 거나 역무원들이나 기관사들에게 다가가서 열차나 철도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대단히 즐겼습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가도 열차가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역에 나가는 일도 많았고, 자기가 못 나가면 자기 대신에 제자들을 보내서 열차에 대해서 궁금한 점들을 알아오게 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에 그는 프라하에서 음악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 날 뉴욕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그것은 신설된 뉴욕의 음악원장을 몇년간 맡아달라는 제의였습니다. 보수도 프라하에서 받는 급료보다 25배나 많은 액수였고, 다른 조건도 파격적인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유럽에서 드보르쟉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미국의 음악발전을 위해서 드보르쟉과 같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사랑하는 조국과 가족을 떠나서 머나먼 미국땅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그 제안에 대답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것은 다름아닌, 뉴욕에는 멋진 기관차와 세련된 역들, 그리고 침대차, 식당 열차 등의 멋있는 최신식 기관차들이 수도 없이 많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동하여 뉴욕에 가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뉴욕 맨하탄에 도착한 그는 그야말로 문화적인 큰 충격을 받습니다.

당시의 기술문명의 약진국이었던 미국의 뉴욕 맨하탄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유서 깊은 Grand Central 역으로 달려갔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기차들을 보며 거의 넋을 잃으며,” 이것이야 말로 세계 8대의 불가사의중의 하나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는 매일 매일 맨하탄에서만 볼 수 있는 그 황홀하고 멋진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자신의 숙소가 있는 15번가에서 Grand Central역이 있는 155번가까지 걸어가서 기관차와 멋진 역사를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는 문명국가로 도약하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인생에 멋진 행복을 보장해 줄 것 같은 과히 신세계였던 것입니다.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인간승리의 표상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드보르쟉 교향곡 9번, 신세계(From The New World)는, 20세기의 위대한 기술문명의 나라인 미국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곡은 크게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교향곡스타일의 음악이며, 각 악장은 미국에서 드보르쟉이 보고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 도착한후 3년동안 미국의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도시에서 콘서트를 지휘하며, 음악교육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미국의 대자연과 흑인음악, 미국원주민인 인디언음악 등에 큰 인상을 받게 됩니다.

드넓은 자연과 인디언의 민속음악에 깊이 매료된 그는, 미국 체류중에 작품활동을 통해서 그 멜로디와 리듬들을 그의 음악속에 넣었고, 그의 조국인 보헤미안과 미국의 전통적인 민속음악을 접합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신세계교향곡”입니다.

2. 악장 별 구성과 간단한 해설

제1악장: 안단테(Adagio-Allegro Molto)
제1악장에서는, 미국 원주민의 춤을 표현한 것입니다. 곡의 첫 부분은 조용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점점 약동적이고 활기차게 곡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리고 미국원주민들의 무게 감 있는 댄스와 독특한 리듬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드보르쟉은 제1악장에서 자신이 미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느꼈던 신대륙 미국에 대한 신비감과 설레임을 표현한 악장입니다. 특별히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하여 몇 가지 악기연주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른-호른의 상승음을 통해 광활한 대지로 뻗어 나가는 듯한 부분은,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듯한 박진감을 줍니다.

플롯과 오보에-관악기와 현악기가 서로 싸우는 듯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연주 후에, 결국에는 플롯과 오보에만 남습니다. 멜로디가 매우 재미있습니다.

그러고나서 플롯의 독주가 나오는데, 흑인영가 Swing Low, Sweet Chariot의 멜로디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제2악장: Largo(Going Home,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드보르쟉 자신의 고국인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담은 이 악장에서는 보헤미안 선율을 응용하면서, 인디언의 전통민요와 흑인영가의 선율을 함께 넣어서 신선하고 코끝이 시큰거리는 그리움의 신선한 멜로디를 만들어냅니다.

특별히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를 눈 여겨 보고 들어야 합니다. 완만한 서주에 이어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가 무게 감 있게 주제를 연주합니다. 계속해서 그리움과 슬픔에 찬 멜로디가 계속되면, 중간에 플롯과 오보에가 나와서 절절하게 향수를 일으켜갑니다. 일설에 의하면, 청년시절부터 드보르쟉의 후원자였던 브람스가 이 악장의 일부를 교정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브람스의 곡조가 많이 녹아 있습니다. 이후에 그의 제자인 윌리암즈 피셔에 의해서 Going Home이라는, 가사가 있는 곡으로 편곡해서 발표해 우리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노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Going Home(내 고향 가리라)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
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기었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청천의 별들이 반짝일 때면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
낡아진 창문의 그늘 아니면
이 마음 붙일 곳 어디메이뇨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박용구 개사-

제3악장: Scherzo: Molto Vivace
제3악장은 마치 서부영화의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팀파니가 연출하는 강한 소리는 마치 서부의 총잡이들의 총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아주 빠른 스케르쬬 악장인 3악장은 짧은 서주에 이어 플롯과 오보에에 의해 스케르쬬 주제가 연주됩니다.

이어서 흑인영가와 비슷하기도 하고 보헤미안 민요 같기도 한, 애수를 띈 멜로디가 플롯과 오보에연주로 인상깊게 장식하며 오케스트라와의 합주를 풍부한 화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가락은 명백히 비애를 나타내고 있지만, 리듬은 어찌할 줄 몰라 애를 태우는듯한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3악장은 미국서부의 활기찬 도시와 사회적 활동을 표현한 것입니다. 활발 하고 경쾌한 리듬과 박진감 넘치는 팀파니연주를 통해서 미국도시생활의 활기찬 모습을 나타내 줍니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4악장은 이 교향곡의 가장 핵심적인 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고 힘찬 서주 뒤 호른과 트럼펫이 다른 악기들의 도움을 받으며 발랄하고 힘찬 행진곡풍의 주제를 연주합니다. 여신의 청초한 모습이 화원속에서 생동하는 것처럼 클라리넷의 맑은 울림은 다른 악기들을 완전히 압도해서 사로잡아 버립니다.

그는 뉴욕의 내셔널음악원장으로 재직하면서 3년동안, 자신의 동족들이 살고 있는 보헤미안 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방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도 하면서, 대평원에서 받은 인상과 감동들을 충실히 악보에 옮기는 데, 그 지방에서 유행하는 민속음악, 흑인영가에 보헤미안의 멜로디를 접목시켜, 그 감동과 인상을 이 4악장에서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4악장에서는 뭔가 웅장하고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강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치 신생국가인 미국이 20세기에 강하게 발흥할 것 같은 묘한 흥분과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건대, 그가 뉴욕의 Central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갈 때의 느꼈던 감동을 이 악장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또한 19세기말에서 20세기를 향해 줄달음쳐 나가는, 어떤 기대와 희망을 꿈꾸게 하는 의도도 깔려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3. 드보르쟉 교향곡 9번-신세계 글맺으며…

모든 사람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땅을 몸으로 기억합니다. 이민자로서 이국 땅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예술가들도 동일합니다. 자신의 작품 속에, 알게 모르게 마음속의 향수와 그리움, 자신의 조국의 향기를 담아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표현해 내기도 합니다.

쇼팽의 음악은 자기 조국 폴란드를 떠올리게 하고, 브람스의 음악이 보여주는 아다지오 템포의 두껍기 두꺼운 묵직한 선율은, 그의 고향인 독일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의 뱃고동소리를 연상시킵니다.

드보르쟉도 그러한 음악가들 중의 한 분입니다. 그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도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우리들에게도, 떠나온 내 조국, 내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냅니다.

글: 조기칠 목사/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합동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한 후, Yale 대학 신학부에서 선교학 연구원(Research Scholar)역임.
현재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Shodai Japanese Church를 섬기고 있음

사진 출처:  Antonín Dvořák/ ko.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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