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할 수(羞)

송태정 목사 ◙ Photo&Img©ucdigiN

[갑골문자해설=송태정 박사] 부끄러워할 수(羞) 해설 »

희생양 제물, 드리고 갈 때 죄의 부끄러움 느껴야…

부끄러워할 수(羞)자는 제물을 가져온 백성이나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대제사장 또한 대속의 희생 양(羊)을 두 손(又)으로 드리러 나갈 때에 죄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의 글자 . 부끄러워할 수(羞)자는 수치(羞恥:떳떳하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느낌), 수욕(羞辱:부끄럽고 욕됨), 수괴(羞愧:부끄러워 볼 낯이 없음), 수회(羞悔: 부끄러워하여 뉘우침) 등에 쓰이는 글자이다.

부끄러워할 수(羞) ◙ Photo&Img©ucdigiN

갑골문의 부끄러워할 수(羞)자는 희생양인 양 양(羊)자와 그 희생물을 두 손으로 드리는 것을 대표하는 오른손 우(又)자로 구성되어졌다. 지금의 수(羞)자는 양 양(羊)+삐칠 별(丿)+소 축(丑)자로 변형되어졌는데, 아래의 별(丿)자는 원래 양(羊)자의 아래 수직(丨)의 모습이며, 현재는 손 우(又)가 소 축(丑)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문자의 기록으로는 가장 오래된 수메르기록으로부터 모든 고대의 기록들과 중국고대의 기록에도 보면 신의 아들, 즉 천자(天子)라고 불렸던 제왕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신(神)에게 희생제물을 드리는 대제사장의 사역까지 겸하고 있었던 것을 볼 수가 있는데, 단군(檀君, 壇君)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구약성경에서만큼은 독특하게도 대제사장의 직무와 왕의 직무는 완전히 구별되어져 있었다. 세계고대 문명에 보면 새해를 맞이할 때 희생양을 잡아서 신에게 드리는 희생제사가 있었다. 성경에도 원래 아빕월은 지금의 3-4월에 해당하는데, 유월절 어린 양을 통해서 해방 받게 된 그 달이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 되게 하신다(출 12:2절).

A.D 100년 허신의 《설문해자》에서 ‘수(羞)는 나아가 바치다(進獻)뜻이다’라고 했고, 서호(徐灝)는 ‘수(羞)는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羞恥), 부끄럽고 욕됨(羞辱)의 뜻이다’라고 하였다.

구약과 고대에 있어서 제사장들은 백성들의 죄를 위해 자신들의 최고신에게 희생양을 잡아가지고 나아간다. 그런데 왜 떳떳하지 못하여 부끄러움(羞)을 느끼며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그것은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의 죄가 전가(轉嫁:죄가 이전됨)되어, 그 희생제물이 대신 죽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은 죄 지은 것 밖에 없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성경 히브리서 8장 3절에 ‘모든 제사에는 죄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다’라고 했는데, 이것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데 부끄러움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7월 10일이 대 속죄일이다. 대제사장은 자신을 위하여 송아지를 잡고, 온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위하여 수 염소를 잡아서 희생의 피를 가지고 지성소로 들어가서 죄를 속죄하는 제사를 드린다(레 16장).

그런데 세계고대문명의 기록에도 보면 그들의 신이 거하는 지성소에 대한 기록들은 얼마든지 있다. 심지어 갑골문 시대(1250-1036 B.C)에도 ‘피를 드리는 장소 혈실(血室:희생의 피를 드리는 거소)’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는 구약에서 지성소(至聖所:지극히 거룩한 하나님의 임재장소)라 일컫던 곳이다. 갑골문을 만든 상(商)나라 당시 그들 신앙의 가장 큰 특징이 ‘절대신 하나님 제(帝)’를 섬겼기 때문에, 그들이 양의 피를 담아서 드린 곳, 혈실(血室)은 당연히 지성소였던 것이다. 또한 이 지성소에 피가 담긴 그릇을 들고 가는 제사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글자가 피 혈(血)자 아래에 대제사장 대(大)자인 것이다.

대 속죄일 날 백성들의 죄를 위하여 수 염소를 잡는다. 성경에는 유월절 어린 양을 잡을 때도 수양과 수 염소를 가리지 않고 드릴 수 있었다(출 12:5절). 우리가 한자로 염소에 대하여 고(羔)자를 쓰는데, 이 글자도 염소라는 뜻은 없고, 원래 ‘어린 양 고’자이다. 한자에는 염소에 대한 글자는 보이지 않고 다 양(羊)에 대한 글자 밖에 없는 것을 볼 때에 성경처럼 염소는 양처럼 같이 희생 제물로 여겨진 것을 알 수가 있다.

대 속죄일 날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괴롭게 하고(레16:29절)’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꼭 붙는다. 나의 죄를 위하여 죽는 어린 양의 죽음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며 괴로워하며 함께 동참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래야 하냐면 영원한 규례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우리의 자세는 두 가지를 유지해야 한다. 첫 번째는 어린 양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의롭다 함을 받은 측면에서는 담대함과 당당히 나아가야 한다(엡 3:12,히 4:16절). 그렇지만 한 편으로 여전히 죄의 오염 가운데 있는 우리는 사도바울처럼 ‘주님 내가 죄인 중의 으뜸입니다’(딤전 1:15절)라는 고백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늘 이 부끄러워할 수(羞)자의 의미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경기에서 우승한 팀이나 선수는 목에 금메달을 걸고 얼마나 감격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렇지만 ‘죄인 중의 괴수’의 원어를 다시 풀면 ‘죄인 중의 최고’ ‘죄인 중의 으뜸’, ‘죄인 중의 챔피언’이라는 뜻이 된다. TV에 보면 흉악범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서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우리의 심히 부패한 모습이 그보다 더 흉악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렘 17:9절) 우리는 그 분 앞에 나아갈 때 아무런 것도 자랑할 것도 없이 죄로 가득 차 있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분의 사랑 앞에서 우리는 눈물로 감격하며 감사하며, 그 분의 은혜를 찬양하며, 영원토록 노래할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말라기 1장 10절에 보면 ‘내 제단 위에 헛되이 불사르지(헛된 예배) 못하게 성전 문을 닫을 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한다. 그들은 성전에서 세리처럼 가슴을 치면서 아파해야 하는데,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죄의 부끄러움을(羞) 가지고 나아가는 것을 빠트려버린 예배였기 때문에 하나님은 성전 문을 닫아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에스겔서 36장 32절에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이렇게 행함은 너희를 위함이 아닌 줄 너희가 알리라.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 행위로 말미암아 부끄러워하고(羞) 한탄할지어다.”라고 하신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유다를 바벨론 포로에서 돌이키셨을 때에, 그들의 이전의 악한 행위로 말미암아 부끄러워하라는 말씀이신 것이다.

우리는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긍휼을 입은 존재들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우리의 마음에서 그 사랑과, 그 은혜와 그분의 긍휼을 막아버리고 헛되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슴을 치며, 주님께 받은 은혜대로 살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며(羞),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회개하며 나아갈 때, 주님께서는 우리로 더 많은 은혜와 감격이 넘치는 예배의 삶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