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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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는 일’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그리하여 ‘진리’를 설파하는 사이비 지식인이나 종교 지도자나 독재자가 번성하게 된다.” <중략> “우리 스스로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시선을 시궁창의 아래가 아니라 위에다 둘 수는 있다.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 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줄 것이다.”- [책 내용 중에서]
[북스저널=정이신 목사] 공부란 무엇인가 » 김영민 지음, 출판사: 에크로스 »모 일간지에 토요일마다 연재했던 글을 저자가 책으로 묶었습니다. 신문에 연재될 때 글이 좋아서 모두 컴퓨터에 저장해 뒀는데, 책으로 묶인 글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내용은 독서ㆍ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보석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독서ㆍ논술 공부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비싼 돈 주고 학원에 가지 말고, 이 책부터 사서 읽으라고 권합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기에, 청소년 체육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학과목으로 취급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걸 등한시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살아보니 공부와 기초체력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늘 공부와 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먼저 체력을 길러두라고 강조합니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도 공부는 장기전이니, 최소 몇 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괜히 머리가 나빠서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 안 됩니다. 이럴 때는 30분씩이라도 운동한 후에 다시 책을 보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공부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뇌는 오장육부에서 올라온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지, 스스로 음식을 소화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관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답답해하는 뇌를 활성화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게 필요합니다.
저자는 공부가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말한 이런 근육을 제대로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문해력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과학의 언어인 수학이 가진 합리성을 파악하는 일이 학교 시험의 주요과목으로 등장했지만, 수학도 문해력을 기반으로 사유방식을 전개합니다. 따라서 문해력에 대한 이해는 모든 공부의 기초입니다. 문해력 없이 암기력만으로 세워진 척추 기립근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학부모에게서 흔하게 듣는 말이 ‘○○ 때는 공부를 잘했는데 ○○에 가서는’입니다. 그런데 공부는 반드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자유를 즐길 줄 아는 근육을 발달시키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나타난 폐해는, 고스란히 본인 몫입니다. 척추 기립근을 암기력 위주로 훈련했기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자기의 견해를 갖지 않은 공부가 됐습니다. 이런 경우 ‘공부할 걸 스스로 정하라’는 자유가 오히려 ‘선택의 저주’가 됩니다. 그래서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지 못하고, 멍청한 주장에 멍청한 비판으로 대응하다가, 덕담으로 일관하는 망한 공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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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자기가 관심을 둔 영역에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면, ‘공부 대상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에 관심이 있다 해도 한국만 경험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을 공부한 사람도 동유럽까지 알아야 한국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근현대를 공부한 사람도 중세를 알아야 근현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주의해야 할 게, 공부를 문자나 책으로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건 공부를 학교에서만 하는 일이라고 착각한 사람이 저지르는 행동입니다. 사람이나 일을 통한 공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공부는 인간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이어가야 하는, 바르게 질문하며 살기 위한 자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공부를 잘하려고 하지 말고 끝까지 하십시오. 그리고 제대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걸 꼭 마련하십시오. 국영수(國英數)만 잘하면 되는 공부는 유효 기간이 아주 짧습니다. 음미체(音美體)를 통한 공부가 더 길게 갑니다. 그러니 국영수를 공부할 때도 음미체를 통한 공부를 병행하십시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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