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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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리더들은 열심히 책을 읽는다
복음주의 지도자요 설교자였던 존 스토트는 『제자도』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88세의 나이에 마지막으로 펜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독자들에게 조심스럽게 이 고별 메시지를 보낸다.(중략)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끊임없이 책을 읽으라고 강권하고 싶다. 여러분도 읽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강권하라. 이것이야말로 많이 무시되고 있는 은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스저널=송광택 목사] 나는 이렇게 읽는다 » 빌 하이벨스는 『액시엄』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은 다 읽으라”고 도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리더들은 하나님 앞에서 꾸준히 향상될 책임이 있으며 그럴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훌륭한 리더들은 열심히 책을 읽는다. 욕심 사나울 만큼 책을 읽는다. 고전과 신간을 골고루 읽는다.” 그에 따르면, 진지한 리더라면 독서를 안 할 수 없다. 그는 읽을 수 있는 책은 다 읽을 것이다. “책이 읽고 싶을 때는 물론 읽겠지만, 읽고 싶지 않을 때도 읽을 것이다.”라고 그는 역설했다.
나에게 독서는 무엇인가?
첫째로, 필자는 핵심 진리나 패러다임를 알기 위해 독서한다. 길버트 K. 체스터턴은 명저 『정통 Orthodoxy』에서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패러다임 또는 중심원리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불교는 구심적이지만 그리스도교는 원심적이다. 그리스도교는 원을 부수고 밖으로 나간다. 원은 그 본질 내에서는 완벽하고 무한하지만, 그 크기 내에서는 영원히 고정되어 결코 더 커지거나 더 작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다. 십자가는 비록 그 중심에 하나의 충돌과 모순을 가지고 있지만, 네 개의 가지를 끝없이 뻗어 나갈 수 있다. 오히려 중심에 하나의 역설을 지니고 있기에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 원은 그 자체의 자리로 되돌아오며 갇혀 있는 반면, 십자가는 그 가지가 사방으로 열려 있다. 그것은 자유로운 여행자들을 위한 이정표이다.” 그에 의하면 불교 신자는 특별히 집중된 시선으로 내부를 향하고 있는 반면, 그리스도교 신자는 극도로 집중된 시선으로 외부를 노려보고 있다.
서른넷이라는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에 집필한 이 책은 그의 독창적인 문체와 탁월한 사상을 드러내며 현대인에게 ‘정통신앙’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 진리를 표현하는데 있어 수사학적으로 창조적인 논리의 일관성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독서한다. “박학이독지 절문이근사(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라는 말이 있다. 유가(儒家)의 학문관은 먼저 박학(博學)을 권하고 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전인적 지식이 필요함으로 폭넓은 교양을 갖추기 위해 널리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절문(切問)하라고 가르친다. 배움에 갈망하는 적극적인 열의를 말한다. 그리고 근사(近思)란 높고 먼 고차원적인 생각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에서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독서는 ‘절문’, 곧 본질적이고 근원적 질문으로 인도한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삶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발굴하고 그 질문을 인내를 가지고” 품고 가라고 말한다. 고전과 명작은 위대한 주제나 사상에 대해 생각하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특히, 고전에서 우리는 질문의 힘을 배운다.
신학자 한스 큉에 따르면 서양전통에서 삶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질문한 이는 칼뱅이었다. 칼뱅은 <제네바 교리문답>을 만들면서 “사람의 제일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첫째 질문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그는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라는 답을 제시했다.
셋째로, 통찰력을 얻고자 독서한다. 지도자는 시인의 눈을 가져야 한다. 요셉 피퍼는 말하기를 “철학자와 시인의 비슷한 점은 들 다 경이로운 것, 경이할만한 것, 경이를 환기시키는 것을 취급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보일 때까지 응시(凝視)해야 한다. 우리는 봄(관찰)을 통해 통찰(insight)에 도달해야 한다. 『팡세』를 남긴 파스칼은 성경과 삶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삶을 표피적으로 관찰하지 않았다. 『팡세』에서 독자는 삶과 진리에 관한 심오한 통찰을 만날 수 있다. 독자의 수로 본다면, 『팡세』의 영향력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무엇을 읽는가?
오전에는 집중을 요구하는 책을 관심 있는 주제 중심으로 읽는다. 여러 매체에 리뷰를 써야 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인문고전과 신간을 균형 있게 읽기 위해 노력한다. 매달 초교파적으로 모이는 지역 목회자 독서모임에서는 설교자를 위한 책과 인문 교양도서를 함께 읽고 나눈다. 필자가 이끈는 평신도 독서모임도 매월 교회도서관에서 모인다. 국내 소설과 해외 소설을 번갈아가며 읽고 소감을 나누고 있다. 평신도와 함께 문학독서를 하는 이유는 ‘편독’을 피라고 균형있는 독서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적 지도자는 논리적 지성을 요구하는 책과 풍부한 감성을 자극하는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필자는 하나님께서 이 시대와 역사를 어떻게 인도하시는지를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영적 지도자는 철학이나 역사, 문학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한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고 분별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 선택은 신간 리뷰를 참고하고 때때로 월간으로 나오는 <기독교 출판소식>의 도움을 받는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되는 저자나 작가의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검증된 저자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출판사의 이름도 책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읽는가?
첫째로, 독서를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 독서를 위한 시간관리가 독서 계획 수립의 첫 단계이다. 시간을 낭비하면서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없다. 필자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지하철은 나만의 독서공간이 되곤 한다. 취침 전의 30분 독서도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실현가능한 독서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책읽기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새벽에는 성경을 읽고, 오전에는 신앙서적이나 목회 관련 도서를 읽고 오후에는 실용서를 읽는 것이다. 독서 계획을 세울 때는 독서 목적, 독서 분야, 읽을 책, 독서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로, 독서 지침서의 도움을 받는다. 시중에는 독서 동기를 부여하는 책과 독서 기술을 다룬 책이 많이 있다. 백금산 목사의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독서법에 관한 좋은 입문서이다. 독서기술의 기본기를 안내해주는 책이다. 또한 데이비드 매케너의 『영적 성장으로 가는 즐거운 책읽기』는 ‘3년간의 독서계획’, ‘기독교 고전 읽기’ 등을 다루고 있다. 부록에서는 다양한 추천도서와 권장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어서 독서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넷째로, 권장독서 목록을 참고한다. 물론 100% 완벽한 필독서 목록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책읽기는 일종의 탐험이다. 이미 길이 나있는 길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길 없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책의 숲 속에서 새로운 책을 소개받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다. 좋은 책속에는 종종 여러 권의 양서가 숨어있다.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위대한 책 목록은 매우 유용한 목록이다. 그 목록 중에서 아브라함 헤셸의 『예언자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몰트만의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앤더스 니그렌의 『아가페와 에로스』같은 명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설교 준비에 도움을 준 책
누구나 인정하듯이 마틴 로이드존스의 『설교와 설교자』는 필자에게도 큰 도전이 된 명저다. 지난 해 출간된 김영봉 목사의 『설교자의 일주일』도 설교자에게 유익한 저작이다. 미국의 10대 설교자 중 유일한 여성인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성공회 사제)의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같은 책도 의미 있는 통찰을 주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인상 깊었던 책 가운데 하나는 리차드 알렌 보디의 『설교 해부학』이다. 이 책은 13인의 뛰어난 설교자의 설교준비 방법론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분명한 설교 철학이 있고 그 철학을 근거로 설교를 준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떻게 설교 주제를 정하고, 월요일부터 주일 강단에 오르기까지 한 주간 어떻게 보내는지 등의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지침을 주고 있다. 이 책이 소개한 설교자들은 스튜어트 브리스코, 에드먼드 클라우니, 싱클레어 퍼거슨, 월터 카이저, 제임스 패커 등이다.
추천도서 3권
1. 개혁주의 청교도 영성, 조엘 비키 지음, 부흥과개혁사
이 책의 제4장 ‘청교도의 묵상 실천’은 설교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2.고전, 어떻게 읽을까? : 인문학자 김경집의 고전 새롭게 읽기, 김경집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고전을 어떻게 읽고 의미를 캐내야 하는지 막막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침서다.
3.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 훈련, 서정오,이강학,영성 연구회 평상 지음, 두란노
이 책은 한국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영성 훈련 입문서이다.
나가는 말
목회자는 폭넓은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사색의 폭을 넓혀주고, 설교의 눈높이를 성도들에게 맞추고, 그들과 접촉점을 찾게 만드는 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독서생활은 그 자신의 삶과 사역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의식과 행동에 어떤 모습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목회자의 독서성향과 독서의 질과 양은 한국교회의 성숙도를 측량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가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문제는 목회자 개인의 지적 선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의 질적 성숙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독서계획과 체계적인 독서는 목회자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글 송광택 목사/ 본지 독서저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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