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를 위한 독서계획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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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 세계의 귀중한 재산이며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들의 고귀한 유산
“책은 이 세계의 귀중한 재산이며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들의 고귀한 유산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기 인생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했던가!” “독서를 잘하는 것,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오늘날의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책은 그것이 처음에 쓰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
[송광택 칼럼] 목회자를 위한 독서계획 세우기 » 기독교는 책의 종교요 기독교의 역사는 책의 역사다. 교회사를 살펴볼 때, 책은 교회개혁과 부흥의 도구, 고난 중에 있는 성도의 위로자, 그리고 진리를 찾는 자들의 안내자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기독교고전과 양서는 영적 지도자에게 마르지 않는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영적 지도자들은 공통적으로 독서가 영적 성장과 성숙에 이르는 길이라고 증언한다. 지도자는 남보다 한 발 앞서 가는 자이다. 지도자는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 현실에 대한 통찰,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게 된다. 목회자가 영적 지도자로서 꾸준히 책을 가까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 계획과 체계적인 독서
순서나 체계, 내용에 관계없이 아무것이나 마구 읽는 ‘남독’도 책읽기의 한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목회자 본인에게 맞는 독서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읽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는 후학 교육을 위해 『격몽요결』을 썼는데, 이 책을 보면 동양 고전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려고 체계적 독서를 제안하였다. 말하자면 체계적인 배움을 위해서는 순서와 난이도에 따라 읽어야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먼저 『소학(小學)』을 읽어 부모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웃어른에게 순종하며, 스승을 높이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도리를 하나하나 자세히 음미하여 힘써 행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대학(大學)』및 『대학혹문(大學或問)』을 읽어서,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도리를 하나하나 참으로 알아내어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
율곡에 따르면, 그다음에는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시경(詩經)』, 『예경(禮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춘추(春秋)』를 읽어야 한다. 그 후에는 송(宋)나라 때의 선현(先賢)들이 지은 『근사록(近思錄)』, 『가례(家禮)』, 『심경(心經)』과 같은 서적과 그 밖의 성리학설을 틈틈이 정독하기를 권하였다.
그리고 남은 힘으로는 “역사서를 읽어 고금의 일과 사건의 변천에 통달하여 식견을 길러야 한다.”고 했고, “이단(異端)이나 잡다한 류의 바르지 못한 서적은 잠시라도 펼쳐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일반 독자가 본인의 수준에 따라 또는 관심사에 따라 책을 읽어나가듯이, 목회자는 각자의 목회철학과 관심사에 따라 체계적인 독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인문고전이나 신학고전 뿐 아니라 문학고전과 당대의 명저와 베스트셀러에도 목회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체계적인 독서를 정의 한다면, 그것은 정선된 양서를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읽기 위해 일정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독서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목표에는 목회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와 저자 등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인 독서의 유익
체계적인 독서에는 어떤 유익이 있는가?
첫째로, 체계적인 독서는 시간 관리에 있어서 독서와 관련한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지금은 시(時)테크 시대이다. 시간 관리는 자기관리의 핵심 부분이다. 독서를 하기 위한 시간 관리는 목회자의 우선과제이다. 시간 관리는 사실상 ‘우리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다.
목회자는 삶의 목표와 원칙에 비추어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체계적인 독서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 실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로, 체계적인 독서는 전략적 책읽기를 위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목표가 있을 때 기부여는 가능하다. 매달의 목표, 일 년의 목표 또는 삼년 내지 십년의 장기 독서계획을 세운다면 책읽기를 위한 강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로, 체계적인 독서는 검증된 양서와 본인에게 맞는 적서를 신중하게 구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본인이 독서하는 이유와 목적,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할 때 책을 선별하는 안목도 생긴다.
이재철 목사(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는 자신만의 책 고르는 법에 대해 “야구 선수에게는 선구안(選球眼)이 생명인데, 좋은 선구안은 절로 생겨나지 않고 각각 다른 투수들의 수많은 공들을 직접 경험해 보는 ‘다다익선(多多益善)’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서 체계적인 독서를 해나갈 때,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책들 중에 자신에게 유익한 책을 선택하는 능력도 커질 것이다.
독서 계획이 왜 필요한가?
목회자의 시간은 제한적이고, 읽어야 할 책은 그 앞에 만리장성처럼 놓여 있다. 목회자는 아무 책이나 읽을 시간이 없다. 시간의 한계가 있기에 계획에 따른 독서가 필요하다.
따라서 백금산 목사(예수가족교회)는 ‘평생 독서의 스케줄’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목회자는 독서의 균형의 맞추기 위해서 독서계획을 세워야 한다. 영적 성숙의 균형은 독서의 균형과 함께 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학문적인 책만 읽거나 가벼운 실용서만을 읽는다면 그것은 균형을 잃은 독서다. 균형 있는 영성은 균형 있는 독서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경건독서와 신학독서의 균형, 고전읽기와 신간읽기의 균형, 그리고 신앙서적 읽기와 일반서적 읽기의 균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특별은총의 영역이건 일반은총의 영역이건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기독교적 기준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C. S.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책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려져있고 아마추어는 그것을 판단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 유일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하고 중심적인 기독교의 기준을 갖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그 시대의 모든 논쟁들을 바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C. S. 루이스는 우리가 그 기준점을 고전에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새 책을 읽은 후 중간에 고전을 읽을 때까지 또 다른 새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독서 계획 수립 방법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오늘의 참다운 대학은 도서관이다”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큰 도서관은 인류의 일기장과 같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 많은 책 중에서 일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은 얼마나 될까? 매주 1권씩 60년을 읽으면 약 3천권을 읽을 수 있다. 교양인으로 살고자 한다면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 영적 지도자라면 매주 2권씩 1년에 100권 이상을 목표로 읽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독서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할까?
첫째로, 독서를 위한 시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다. 독서를 위한 시간관리가 독서 계획 수립의 첫 단계이다. 시간을 낭비하면서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가 없는 사람, 과거나 미래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에 잠기는 사람, 회의준비가 부족한 사람, 우편물 처리를 요령 있게 못하는 사람, 스케줄을 잘못 만드는 사람, 책상에 잡동사니를 쌓아놓는 사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잘 잊어버리는 사람, 그리고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다. 지식도 영감도 주지 못하는 책을 읽는 것도 시간낭비다!
둘째로, 실현가능한 독서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목회자는 설교 계획, 영성 계발, 목회적 필요 등의 관심사에 따라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만들 수 있다. 인문고전이나 인물전기 읽기에 일정한 기간을 투자할 수도 있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책읽기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새벽에는 성경을 읽고, 오전에는 신앙서적이나 목회 관련 도서를 읽고 오후에는 실용서를 읽는 것이다. 취침 전의 15분 독서도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셋째로, 독서 지침서의 도움을 받는다. 시중에는 독서 동기를 부여하는 책과 독서 기술을 다룬 책이 많이 있다. 백금산 목사의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독서법에 관한 좋은 입문서이다.
독서기술의 기본기를 안내해주는 책이다. 또한 데이비드 매케너의 『영적 성장으로 가는 즐거운 책읽기』는 ‘3년간의 독서계획’, ‘기독교 고전 읽기’ 등을 다루고 있다. 부록에서는 다양한 추천도서와 권장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어서 독서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넷째로, 권장독서 목록을 참고한다. 물론 100% 완벽한 필독서 목록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책읽기는 일종의 탐험이다. 이미 길이 나있는 길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길 없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책의 숲 속에서 새로운 책을 소개받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다. 좋은 책속에는 종종 여러 권의 양서가 숨어있다.
물론 기존의 권장도서 목록 중에는 값진 것도 있다. “크리스차니티 투데이”지가 선정한 20세기의 위대한 책 목록은 매우 유용한 목록이다. 그 목록 중에서 독자는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브라함 헤셸의 『예언자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몰트만의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앤더스 니그렌의 『아가페와 에로스』같은 명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독서 계획을 세울 때는 독서 목적, 독서 분야, 읽을 책, 독서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두 아들에게 부친 편지글에서 독서계획에 관해 언급했다.
“새해가 밝았다. 신년을 맞는 사대부는 반드시 마음과 행동을 새롭게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연초에 1년 동안의 독서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너희에게 편지로 독서를 장려했다. 그런데 너희는 책을 읽으면서 생긴 의문이나 궁금증, 역사에 대한 논란거리에 대해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어째서 너희는 내 말을 허투루 듣는다는 말이냐.”
그는 독서 목적에 따라 독서 계획을 세워 실천했다. 독서계획을 세울 때 책 선택의 기준을 자신의 문제에 맞출 수 있다. 시작은 자신의 문제에서 출발했을지라도 점차적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그래야 책읽기의 자기 한계가 극복된다.
독서 계획의 실천
그러면 독서 계획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
첫째, 독서 계획 내용을 출력해서 눈에 띄는 곳에 붙여둔다. 매일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면 좋다.
둘째, 자신의 독서목표를 주위에 알린다. 자신의 블로그에 1년 100권을 목표로 하는 내용을 알리고, 정기적으로 읽을 책을 소개한다. 독서 발췌와 간단한 내용 소개를 올릴 수도 있다. 독서감상문이나 서평에 도전해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필자는 한 월간지에 10여 년 동안 북리뷰를 연재한 적이 있다. 책의 종류나 분량에 관계없이 A4 4매 분량으로 정리했다. 책 한 권의 핵심을 요약하는 훈련은 주제 파악과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셋째, 독서를 하다가 감동이 되는 부분, 마음에 울림이 있는 이야기는 갈무리해둔다. 필자는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을 주제별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다. 이 자료는 설교와 글쓰기에 큰 도움을 준다.
넷째, 독서를 통해 얻은 정보와 감동을 공유한다. 목회자 독서모임을 만들고 함께 책을 읽으며 그 유익은 배가될 것이다. 하늘기쁨교회(경기도 안산시) 장석환 목사가 중심이 되어 13년째 매주 월요일 아침에 독서모임을 갖는 목회자들이 있다. 이제는 여러 지역에서 120여명의 회원이 함께 책을 읽고 나눈다.
다섯째, 설교 중에 감동받은 책을 소개할 수 있다. 교회 주보에 책을 소개하는 글을 실을 수도 있다. 읽은 책 중에서 교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을 교회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에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회자는 폭넓은 독서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사색의 폭을 넓혀주고, 설교의 눈높이를 성도들에게 맞추고, 그들과 접촉점을 찾게 만드는 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독서생활은 그 자신의 삶과 사역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의식과 행동에 어떤 모습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목회자의 독서성향과 독서의 질과 양은 한국교회의 성숙도를 측량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가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문제는 목회자 개인의 지적 선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교회 공동체의 질적 성숙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독서계획과 체계적인 독서는 목회자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글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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