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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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고 제안…
사람이 모여 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이다.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은 각종 세금 정책과 행정 정책들이고, 하드웨어적인 방법은 공간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 계층 간 갈등의 일정 부분은 잘못 디자인된 공간 구조 때문이다. <중략> 공통의 추억을 가지면 서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시에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책 내용 중에서]
[북스저널=정이신목사] 공간의 미래 » 유현준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일부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앞으로 우리의 주거(住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약 5천 년 전에 이집트에서는 다가올 나일강의 범람을 예측했던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인 오늘날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경제적인 토대를 마련한다는 핑계로 많은 사람이 집값과 주가 예측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것의 등장에서부터 이것 외에 인류가 지금까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괴가 생길 수도 있다고, 그걸 대비하라고 경고합니다.
전염병은 도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인간은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밀집된 도시를 지향합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짝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담은 그릇인 몸을 유혹하는 온갖 쾌락의 이끌림에 따라 오프라인 광장으로 나갑니다. 따라서 저자의 말처럼 공간이 인간의 생각을 바꾸거나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공간을 어떻게 바꾸고 구성하느냐?’는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고 도심을 떠나 산골에 은거하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많이 보여줘도, 그걸 따라서 그들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또 구소련과 북한이 시장(市場)을 이기지 못한 역사의 교훈이 말해주듯이, 인간의 이기심을 거스르는 구조물을 지어놓고 거기에 맞춰 살라고 하는 건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공간 구성을 바꾸는 작업을 시도해야 합니다.
본능을 바꾸고 등장한 신인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지금의 공간 구성에 안주하라고 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코로나와 함께(With COVID-19)’를 말하기 전인 코로나 초기에도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클럽에 갔고, 위드 코로나를 말하는 지금은 마스크를 쓴 채 어울립니다. 이처럼 전염병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많이 모인 곳으로 사람은 가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여러 사람이 머무는 공공재의 공간을 새롭게 정비하는 일을 더는 미루면 안 됩니다.
책에서 저자는 10개가 넘는 공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했고, 결론으로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건축물은 한 번 지어지면 공공의 공간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기에, 그 건축물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에게 건축물이 사회적 영향을 주는 일이 꽤 오랜 기간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창의적으로 디자인한 건축물은 사람들이 일하고 머무는 장소 개념을 넘어서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통의 기억 장소’가 됩니다
책에 나온 가려진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만든 건축물이나,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풍경을 연출해 도시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 건축물을 저자의 바람과 달리 우리 주변에서 만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만약 우리 주변에 이런 건축물이 많아져서, 출퇴근 시간에 이걸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도시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자는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지만 내게는 손해를 갖다 주는 제로섬 게임의 프레임은 정치인들이 세상을 보는 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많아지면 사회가 붕괴합니다. 또 이런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어느 한 편이 이겼다고 해서 사회가 더 나아지지도 않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과정에서 시민은 철저하게 자신의 행복을 압류당한 채, 정치인들의 편 가르기에 소비되거나 이용당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공간에 대한 재구성을 통해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한 완충재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공간에 대한 해석 사이에 있는 저자의 통찰이 주는 울림이 꽤 좋습니다. 이제 시민이 공간을 통해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작은 일을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이 서로 어울려 창출한 가치를 그 공간을 넘어선 곳에 있는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내가 있는 공간부터 먼저 가꾸고 또 바꿔봤으면 합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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