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잠언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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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포…
성경의 <잠언>에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혜도 담겨 있습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옛날에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게 되니 이게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주님이 주신 지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교육저널=정이신 목사] 3.잠언의 구성 » <잠언>은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부분은 <1∼9장>입니다. 성경 기자는 이 단락에서 하나님의 지혜와 세상의 지혜를 두 여자로 비유해서 비교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세상의 지혜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선전합니다. <잠언>은 이를 두고 하나님의 지혜는 사람을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자신을 알리고 있지만, 세상의 지혜는 어리석은 남자를 유혹하는 창녀와 같다고 했습니다.
창녀는 겉으로만 남자를 위하는 척할 뿐이고 실제로는 그가 가진 돈 때문에 그를 유혹합니다. 그래서 창녀의 유혹은 남자를 파멸로 이끕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온 천지를 지으신 주님의 창조 원리와 능력을 남자에게 가르칩니다. 이런 대비를 통해 <잠언>은 창녀의 유혹에 함몰되지 말고 슬기로운 안해로 표현되는(19:14) 하나님의 선물을 따르라고 합니다. [※ ‘안해’는 아내의 고어로 ‘안의 해’란 뜻입니다. 앞으로도 “잠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안해’로 씁니다.]
두 번째 단락은 <10∼24장>인데 일부 학자들은 이 단락에서 <22∼24장>을 따로 구분합니다. <22∼24장>에만 따로 한 짝으로 구성된 말씀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를 따로 구분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단락은 꽃다발처럼 하나님의 가르침이 순서 없이 나열돼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한 구조가 없다고 봐 왔으나, 요즘에는 ‘어떤 구조가 있지 않을까?’라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락을 히브리어로 보면 특정한 구조가 있다고 말하기 참 모호합니다. 고대에는 문법체계가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잠언> 역시 글로 읽는 게 아니라 청중이 듣는 데 먼저 초점을 맞췄던 것이기에, 이 단락 안에 어떤 구조가 있다고 해도 그 구조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문헌이 적어서 구조를 제대로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 단락은 <25∼29장>으로 히스기야 신하들이 수집한 솔로몬의 잠언입니다. 이는 성경에 수록된 <잠언>이 어느 한순간에 저자가 책을 저술하듯 완성된 게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수집돼 정리된 것이란 증거입니다. <25:1>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잠언>을 모두 솔로몬이 쓰지 않았다고 해도, 이 글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고, 두루마리로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만든 때가 솔로몬이 통치하던 시기라는 것입니다.
네 번째 단락은 <30∼31장>인데 이 단락에 저자로 등장하는 아굴과 르무엘이 누구인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왕 중에는 르무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학자들은 르무엘이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나라의 왕이었는데 나중에 하나님을 믿게 된 사람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렇게 보면 성경의 <잠언>에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혜도 담겨 있습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옛날에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게 되니 이게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주님이 주신 지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잠언>에 수록했습니다.
<잠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수사법은 평행대구법입니다. 우리말은 이런 수사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은 이런 수사법을 사용해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뜻을 부각했습니다. 평행대구법은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2∼3번 계속 반복하는 것인데, 두 번째 반복할 때는 첫 번째와 반대되는 사상을 언급해서 첫 번째 사상을 부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사상을 언어유희를 통해 나란히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구약성경의 예언서에도 이런 수사법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수사법을 모르고 <잠언>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려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걸 현대에 적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수사법이 우리말로 모두 번역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새번역성경>은 이런 수사법을 고려해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는 최대치를 번역했습니다.
<잠언>은 하나님을 믿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포했던 말씀이고, 복음서와 달리 무신론자들을 대상으로 선포했던 말씀이 아닙니다. <잠언>을 보면 하나님의 지혜가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는데, 이는 오직 주님을 믿던 이스라엘에서만 가능한 풍경이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잠언>에 나온 것처럼 하나님의 지혜가 길거리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만약 오늘날 길거리에서 하나님의 지혜라고 소리를 지르며 말씀을 외쳤다가는, 소음공해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것입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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