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라이프(A QUANTIUM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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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저널=정이신목사] 퀀텀 라이프(A QUANTIUM LIFE) » 하킴 올루세이(Hakeem Oluseyi)ㆍ조슈아 호위츠(Joshua Horwitz)지음/지웅배 옮김/출판사: 까치 »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르는 현상…
나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더라도 상상할 수는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물리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벽을 뚫고 통과하려고 해도 매번 벽으로 가로막힌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낮다. 그러나 분명 아주 희박하게나마 벽을 통과할 확률이 아주 조금은 있다. 이 희박한 확률로 벽을 통과하는 현상을 양자 터널링이라고 한다. – [책의 프롤로그에서]

올루세이는 책에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은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결코 한 사람의 성공기가 아닙니다. 그의 곁에는 끝없이 그를 지지하며, 그의 가능성을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저자가 코카인 중독에 빠졌을 때도, 그의 가능성을 지지하면서 그를 기다렸습니다.
책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 올루세이를 소개하면, 그는 차별이 일상화된 삶을 산 흑인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과학전람회에 나가기 위해,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아주 비싼 물건에 해당하는 최신 컴퓨터를 그의 집으로 가져가서 전람회에 나갈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을 때, 기꺼이 그의 부탁을 들어줬던 선생들이 있습니다. 그가 마약에 빠졌을 뿐 아니라 그걸 판매까지 하는 이중생활을 해왔음에도, 그의 진솔한 고백에 그를 연구실에서 쫓아내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준 지도교수가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처럼 그를 포기하지 않고 지지했던 주변 인물들은 그에게서 뭘 봤던 것일까요?
올루세이는 단순히 운이 좋아 인생의 역전을 이뤄낸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끝없는 지지와 무한한 응원을 통해 그의 삶을 바꾼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의 행간에서 그가 지닌 가능성을 보고, 그를 기다리며 지원한 사람들을 읽어내야 합니다. 한 개인이 지닌 가능성이 주변의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야 합니다.
올루세이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따라다녔던 악마를 죽이기 위해, 자기가 나약하고 쓸모없다고 느낄 때마다 더 거칠게 방어적으로 행동했던 습성을 버리기 위해, 그를 둘러싼 어둠에 ‘실력’으로 맞섰습니다. 그래서 박사 학위 청구 논문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도, 대학원 시절에 그의 실력을 잘못 봤다고 생각했던 교수들을 일부러 택했습니다. 이게 그가 선택한 그를 둘러싼 어둠을 이겨낸 방식이었습니다.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란 책의 부제가 알려주듯이 올루세이의 가정환경을 보면, 그를 둘러싼 어둠의 시선에 그가 맞선 방식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천체물리학에 관해 전문적인 능력이 높아지자, 아직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았을 때도 그의 지도교수는 그를 제자가 아닌 동료로 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가 쌓이자, 그는 기꺼이 그의 지도교수가 신뢰하는, 지도교수의 두 번째 뇌(腦)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부러운 게 있습니다. 그처럼 가능성 있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사회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된다는 것과 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고 행복하게 해주었는지에 관해서 기꺼이 이야기했다.” 올루세이가 쓴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게 책에 나온 그의 성장 과정과 사뭇 다릅니다. 엄마의 애정 편력으로 수시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던(일례로 16개월 동안 서로 다른 집을 9번 옮겼습니다), 아빠가 마약에 중독된 가정에서 자란 그의 성장 과정에서 이런 말을 듣기란 쉽지 않습니다.
올루세이의 주변에서 그를 끊임없이 격려한 이유는 그가 끝없는 탐구열을 지닌 스펀지 같은 독서광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놀림 받았고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책을 향한 여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 읽는 걸 아주 싫어했던 가족과 친지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역사적 순간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걸 보고, 그는 책을 향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박사가 된 후 그 꿈을 아프리카의 청소년에게도 전파했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THE’가 아니라 ‘A’입니다. 이는 그와 같은 사람을 더 발견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입니다.
“아이들이 꿈을 꾸는 한 한계는 없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희망이다”라는 두 개의 문장이 올루세이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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