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시아의 노스텔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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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저널=김수길 선교사] 오디시아의 노스텔지아 » 그리스 이야기(22) »
신화 파생된 교훈…‘본향을 사모하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2022년 계획에 없었던 글쓰기 ‘그리스 이야기’가 이번까지 스물두 번째가 되었다. 졸필에도 불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벗님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더욱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꿈꾸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이번에는 그리스의 지역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리스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던 그들의 신화가 어떻게 그들의 삶 속에서 융화되고 실현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12월이 오면 대도시를 비롯하여 작은 마을 단위에 이르기까지 성탄절 장식이 광장과 도로변 가로수에 지역의 특징을 살려서 설치한다.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과 테살로니키의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을 비롯하여 작은 촌락의 마당에도 해마다 등장하는 것은 예쁘게 전구 등을 장식한 돛 단 배의 형상이다.
400여 년이 넘도록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 아래 있었다. 점령자들이 원하지 않는 성탄절 장식을 대신하여 12월에 등장하는 것이 배였다. 그리스신화 속에서 배를 타고 간 인물들은 모두가 이기고 돌아왔다.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해방과 이김을 꿈꾸어왔던 것이, 오늘까지 성탄의 계절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스 인구는 천만이 조금 넘는다. 땅덩어리는 대한민국의 한배 반인데 인구는 생각보다 작다.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외에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 십여 년 전의 IMF 사태는 그리스의 많은 젊은이를 중동의 나라들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 살게 했다.
그리스는 오래전부터 가난을 벗어나고자 집안의 사람 중 한둘은 먼 곳, 미국이나 호주로 떠났다. 이들이 보내주는 돈은 가족의 생활을 이어가게 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읽고 자란 그리스신화 속에는 이아손(Ιάσονας) 아이네아스( Αινείας) 안티고네(Αντιγόνη) 오디세우스(Ὀδυσσεύς) 등이 나온다. 이들 모두는 신화 속의 인물이다.
특징은 어려운 상황에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또는 신탁 때문에 먼 길을 가야만 했다. 고통 중에, 때로는 전쟁에 패해서 떠났기에 그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옥타비아누스 시대의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Βιργίλιος)는 그의 서사시 아이네아스에서, 아이네아스는 전쟁에 패한 트로이 사람들을 이끌고 카르타고와 라티움 등을 떠도는 상황에서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삼니움으로 가라는 신탁 앞에 디도의 처절한 사랑을 뿌리치고 로마 건국을 위해 떠난다. 실연의 상처를 이기지 못한 디도는 스스로 장작 위에서 자신을 태움으로 떠나간 사랑의 배신에 저항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디도를 두고 삼니움으로 간 아이네아스는 로마 건국의 시조가 되는 로마누스(Ρωμανός)를 낳는다.
신화이든지 현실의 이야기든 고국을 떠나서 유량 길에 나선 사람들은 떠나왔기에, 현실의 삶에서 더욱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향에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의식주의의 생활이지만 타국에서는 일상적인 삶 자체가 고통을 수반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언제 고향으로 갈 수 있겠느냐는 그리움과 표현 할 수 없는 아픔이 삶 속에 차오를 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아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스토스(Νόστος)라고 한다.
이곳에서 오래 살고 있지만 가끔은 그 어느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결핍으로 나는 심적으로 공허함에 빠지곤 했다. 답답할 때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는 가족 외에 이웃이 없는, 지난 시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체념 속에 살아왔다. 사역자로서 방향성을 잊거나 잠시라도 망각한다면 결국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두려웠다. 아마 이런 감정은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두가 느끼는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신화의 이야기 속으로, 호메로스(Όμηρος)의 서사시 일리아드(Ιλιάδα)와 오디시아(Οδύσσεια)는 일리아드에서는 10년의 트로이와 전쟁 중 마지막 천일 간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기록한 것이다. 오디세이아에는 이후 그의 귀향 이야기이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영웅 아킬레우스가 전사한 후부터 그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아킬레우스 사후 가장 용감한 병사가 되어 아킬레우스의 투구와 갑옷을 물려받는다. 지혜롭고 총명한 그는 ‘트로이 목마‘ 계략으로 트로이를 함락시킨다. 그는 금의 금의환향 길에 오르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고향에 가지 못하고 여러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먼저 폭풍우에 밀려 ‘로토파고스’(Ροτόπαγος)라는 섬에 표류한다. 이 섬에는 고향을 잊게 해주는 ‘로토스'(λότος)라는 식물에 취한 부하들 때문에 곤란을 격리도 한다. 어느 섬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γίγαντες κύκλωπες)를 죽이고 우여곡절 끝에 살아나온다.
이 사건으로 오디세우스(Ὀδυσσεύς)는 많은 신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다. 포세이돈의 미움을 산 그는 10년 동안이나 방랑 되었다. 다만 아테네 여신만이 그를 아껴서 절제된 도움을 준다. 오기기아(Ογιγια) 섬의 마녀 칼립소와 사랑에 빠져 7년 동안 그곳에 머물자, 아테네는 제우스에게 간청하고 제우스는 칼립소를 움직여서 그는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그의 고향으로 가게 된다.
칼립소의 조언으로 마녀 사이렌의 위험으로부터 이겨내고 마침내 그는 꿈에 그리던 이타키에 잠입한 후 그의 아내 페넬로페이아(πενελόπη)에게 구혼하러 온 50명의 연적을 죽이고 아내와 함께한다. 대 서사시 오디세우스를 아주 짧게 요약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그리스인이 좋아하는 난관과 어려움을 이겨낸 신화 속의 인물이다. 사람들은 오디세우스를 망명의 전형적인 인물로 생각한다. 그래서 ‘노스토스’는 대 서사시 ‘오디시아’를 이해하는 키워드이다.
‘노스토스’는 두고 온 것에 대한 회귀의 욕구를 뜻한다. 향수병 ‘노스탤지아’(νοσταλγία)는 ‘노스토스’에서 파생되었다. 접미사 알지아(αλγία)는 통증을 뜻하는‘알고스’(Άλγος)에서 시작되었다.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하는 의미인 노스탤지아(νοσταλγία)는 자연스레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으로 대표한다.

그리스신화의 가르침이나 파생된 교훈은 두고 온 것을 잊지 않고 본향을 사모하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나이 사십이 되던 해에 나는 네 명의 어린아이들을 손잡고 아내와 함께 어머니의 눈물을 뒤로하고 사역지로 왔다. 그 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쩌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서 이제는 이렇게 실없이 글을 쓸 수가 있나 보다.
한 번씩 한국에 갈 때마다 나의 늙은 어머니는 더 작아지셨고, 더 늙어 가셨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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