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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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칼럼=Dr. Elijah Kim] 가족이라는 이름 »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가족…
가족은 인류를 지탱해 주는 원천이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고, 행복과 슬픔, 기쁨과 고난도 나눌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안식처입니다…
세상을 진동케 하는 악의 세력으로 대명천지에 청교도의 땅 보스톤에 사탄 집회가 사람들을 혼미케 하고 놀라움을 남기고 간 지 5일이 되었지만 그 여파는 여전합니다.
한국 의정부의 광명교회에서는 미국 40개 주에 중보기도자 400명을 파송해, 그들 중 9명이 보스톤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모든 일정을 다 그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어제는 함께 하였고, 오늘 보스톤 연합 예배도 그들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중후장대한 집회를 준비하다 보면 대회가 끝나고 미치는 몸의 변화도 크고 탈진도 크게 옵니다. 마닐라 국제 선교대회, 세계 대회 등과 같은 집회를 준비하다 보면 온 몸을 던져서 사역하기에 몸을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몸에는 충격을 주어 큰 변화를 안기기도 합니다. 몇 년 전 21일 다니엘 기도회를 준비하고 진행하였고, 그 대회가 끝나자 마자 그 여파인지는 모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돌발성 난청을 겪게 되었습니다. 작년 5월에는 보스톤 지역 연합 사역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심장마비를 겪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제가 매우 건강하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제가 겪고 보니, 저의 나이에 어느 것도 자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아내도, 딸도, 아들도 없는 이곳에서 만약 제가 심장마비로 홀로 쓰러져 있었다면 어찌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가족은 인류를 지탱해 주는 원천이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고, 행복과 슬픔, 기쁨과 고난도 나눌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안식처입니다.
1992년 1월 필리핀 선교사로 떠나는 날, 김포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재잘재잘거리던 딸의 음성이 3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제 귀에는 생생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 손을 꼭 잡고 놓칠 않았던 딸의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 파던지요? 비록 이국 땅이었지만 딸 또래의 아이가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아도 달려가서 얼굴을 확인하기도 하고, 딸아이처럼 생긴 모습의 아이만 보아도 수돗물이 줄줄 새듯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딸이 보고 싶어서 하늘을 향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항변했던 기억이 미성숙했던 저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합니다. 그리고 7-8개월 뒤에 딸과 아내가 함께 필리핀에 합류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더군요.
방 한 칸에 여러 해를 같이 지내도 행복했고, 배고파도 같이 배고프고, 힘들어도 함께 힘드니 힘든 지도 몰랐습니다. 가족이 주는 행복은 세상의 어떤 것 과도 비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딸이 얼굴을 맞대고 그렇게 사랑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서 감히 그 대화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딸이 어느새 성장하고, 중학교 1학년 때 영국으로 같이 가, 미국으로 건너와 대학을 졸업하고 당당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또 한번의 기쁨을 선사하셨습니다. 아들 사무엘입니다.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한 것입니다.
지금에야 알 게 된 것이지만 딸이든, 아들이든, 키우는 입장에서는 다 이쁘더군요. 모든 것이 다 이쁘니, 어딜 가도 아들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가게를 지나치더라도 아이가 좋아할 장난감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습니다. 필리핀으로 가는 날이면 얼마나 설레던지 여행용 가방 두개를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서 달려 가곤 했습니다. 그런 사무엘이 어느새 14세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생각이 성숙한지 꼭 목회자 같습니다. 얼마나 아이들을 잘 챙기고, 엄마도 잘 챙기도, 심지어 미국에 와서도 수많은 목회자와 지도자를 그렇게 잘 보살피고 섬길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이 아이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크고 있구나!’라는 보람으로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COVID 19 바로 직전 결혼한 딸아이가 신랑과 함께 영국 캠브리지 대학 의학박사를 밟으러 영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박사 끝나면 만약 아이를 낳으면 40이 넘어서 낳겠구나 하고 단념하던 차에 작년에 임신 소식을 알렸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일 주일 내내 울고 다녔습니다. 누가 볼까 봐 남모르게 소매를 훔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탄 집회 준비로 온 몸을 불사르며 사역하던 때에 마치 저의 손자 모겐(Morgan)의 첫 돌을 맞이했습니다. 가족 카톡 방에 “축하해”라는 말을 쓴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나의 가족 가운데 손자의 탄생은 삶의 환희의 정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종종 해 봅니다. 난산 중에 난산으로 길고 긴 산고 가운데 있을 때 저의 아내는 거의 졸도 직전까지 갔습니다. 저는 보스톤 연합예배 인도를 위해 딸의 출산도 못 보고 보스톤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토록 고생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손자가 태어났습니다. 모든 것이 다 예뻤습니다. 그 작은 얼굴에 갖출 것은 다 갖춘 것도 예뻤고, 잠자는 것은 천사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더군요. 이 아이가 자라면서 이목구비가 또렷해 지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동작을 하면 심장이 철컹 떨어질 정도로 제가 반응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럽던지요? 정말 세상의 모든 기쁨은 저 혼자 다 가진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이 아토피를 많이 앓고 있지 않나요? 얼마전 딸 아이가 자꾸 손주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 주질 않는 것입니다. 저는 영상 통화를 자주 하는데 한동안 뜸했습니다. 엄마 아빠를 잘 아니 마음 아플 까봐 볼이 상기된 것처럼 보이는 아토피를 보여주지 않고자 그리 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에 있는 아내는 7일 금식을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손자는 아토피도 없고 얼굴도 깨끗해 졌지만 그 과정을 보면 저도 일반 할아버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았습니다. 가슴이 갈갈이 찢기듯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 손자가 돌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저녁 집회를 인도하러 나가기 전 이 영상을 질리도록 보아야 하겠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손자의 모겐의 첫돌을 맞이하여
“하늘 품은 아이되어”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알며
사랑할 줄 아는
마음자리 올곧은
달보드레 너의 몸짓
늘해랑 너의 눈망울
순진무구를 능가하는 깊은 눈길
바동거리는 손짓보다
더 깊은 고요와 평화
세상도 잠재우는 새근 새근 숨소리
아아 살아 있음은 아름다워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악한 것을 악한 것으로 보며
존재하는 세상을 뚫어 보는
직관과 통찰과 관조의
해창같은 눈으로
배움아들 전인적 성품으로 자라거라
꽃 한송이 들 풀 하나에
종일토록 가슴 설레며
포롱거린 이슬방울에
흐르는 눈물 감추지 못해
시 한수 기필코 쓰고 마는
사람다운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 주렴
할애비가 모겐 돌을 맞이하여
시어풀이
달보드레: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늘해랑: 늘 해와 함께 살아가는
마음자리: 마음의 한 자리 또는 본바탕
바동거리는: 팔다리를 내저으는 행동
배움아들: 가르침을 잘 받는 제자
포롱거린: 작은 새가 날개짓하며 날아 오르는
해창: 햇빛이 들어오도록 낸 창
보스톤에서 모처럼 손자를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김종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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