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격언/명언이 아니라 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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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명언이라고 하지 않고 “잠언”이라고 한 이유
성경의 <잠언(箴言)>은 격언/명언과 속담의 특성을 모두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둘과 다릅니다. 그래서 이를 “잠언”이라고 번역했습니다(1:1)… “잠언”으로 번역한 히브리어는 속담, 격언, 비유 등으로 쓴 이야기를 뜻하는 ‘마샬’입니다(욥기 17:6, 에스겔서 17:2). 이렇게 번역한 단어를 솔로몬에게 적용할 때는 “잠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잠언>에 수록된 말씀의 특징 때문에 이렇게 번역한 것입니다. “잠언”은 솔로몬이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해 보고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격언/명언이라고 하지 않고 “잠언”이라고 했습니다.
[교육저널=정이신 목사] 1.격언/명언이 아니라 잠언입니다 » 우리가 보통 격언(格言) 또는 명언(名言)이라고 하면 훌륭한 분들이 하셨던 말씀을 생각합니다. 일반인들과 다른 삶의 궤적을 가졌던 분들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을 짧게 몇 마디의 말로 요약해서 표현한 걸 격언/명언이라고 합니다.
격언/명언의 출처를 말할 때 동양은 주로 제자백가(諸子百家)를, 서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를 언급합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영어문화권에서 아주 흔하게 쓰는 말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쓰다 보니 그 말의 출처가 어딘지 잘 모르는 채 쓰고 있으나, 출전을 살펴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나온 게 많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한 말 중에 ‘반짝이는 것은 다 금(金)이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그가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했든지, 오늘날 이 말은 아주 귀한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한마디를 통해 ‘사람의 겉모양에 속지 말아야겠다’라는 교훈을 배웁니다.
우리 주변에서 겉만 반짝이는 것 중에는 유리도 있고, 인공으로 만든 보석도 있고, 사이비ㆍ이단 교주라는 사기꾼도 있습니다. 저들이 겉보기에는 금처럼, 때로는 금보다 더 강렬하게 반짝거립니다. 그러나 반짝인다고 이걸 모두 금이나 보석처럼 진귀한 것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당합니다.
격언/명언과 같으면서도 약간 다른 게 속담(俗談)입니다. 속담은 사람들이 전해준 삶의 지혜가 켜켜이 쌓여서 나온 말입니다. 이걸 두고 격언/명언과 달리 속담이라고 한 이유는 격(格)과 속(俗)이라는 한자가 말해주듯이 그 표현의 품격에 있습니다. 속담은 순우리말 표현이 많고, 격언/명언과 달리 진솔하며, 때로 민중의 온갖 감정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격언/명언의 경우 대부분 누가 그 말을 했는지 출처를 알 수 있지만, 속담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승됐기에 누가 그 말을 처음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조상 때부터 회자하며 내려오고 있는 삶의 지혜가 담긴 말로 이를 받아들입니다.
격언/명언과 속담의 차이는 시효성(時效性)에 있습니다. 격언/명언은 어떤 지혜를 깨달은 사람이 깊은 성찰을 통해 한두 문장으로 자기의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기에 현대에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게 많습니다. 시대적인 가치가 퇴조했다고 사장된 격언/명언도 있습니다만, 자신의 심정을 돌려 말할 때 사람들이 여전히 이걸 많이 사용합니다. 또 금과옥조의 좌우명으로 이걸 쓰기도 합니다. 속담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은 사람은 적지만, 격언/명언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은 사람은 많습니다.
속담은 시의성(時宜性)이 많기에 격언/명언보다 오늘날 쓰이지 않는 게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란 말이 아직도 쓰이지만, 요즘은 학생들에게 이 말을 가르치면서 굴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같이 알려 줘야 합니다. 오늘날은 난방 장치가 달라져서 예전처럼 굴뚝이 있는 집이 거의 없습니다. 국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 속담을 알아듣는 척하지만, 구체적으로 온돌문화와 연관된 난방 시스템을 곁들여 설명해 주지 않으면 청소년이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성경의 <잠언(箴言)>은 격언/명언과 속담의 특성을 모두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둘과 다릅니다. 그래서 이를 “잠언”이라고 번역했습니다(1:1).] 잠(箴)은 ‘바늘, 침’ 등을 뜻하는 말로 “잠언”이라고 하면 ‘경계하기 위해 찌르는 말’이란 뜻이 됩니다. “잠언”으로 번역한 히브리어는 속담, 격언, 비유 등으로 쓴 이야기를 뜻하는 ‘마샬(ל)’입니다(욥기 17:6, 에스겔서 17:2). 이 단어가 구약성경에서 38회 나오는데 다른 곳에서는 “잠언”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이야깃거리(시편 44:14), 속담(사무엘상 10:12)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이렇게 번역한 단어를 솔로몬에게 적용할 때는 “잠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잠언>에 수록된 말씀의 특징 때문에 이렇게 번역한 것입니다. “잠언”은 솔로몬이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해 보고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격언/명언이라고 하지 않고 “잠언”이라고 했습니다.
<잠언>에 있는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모세오경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출애굽기>나 <레위기>에 나오는 말씀은 신약성경으로 보면 복음서와 같은 원론에 해당합니다. <레위기> 다음에 수록된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체험한 것이고, 가나안 들어가기 전에 모세가 죽음을 앞두고 다시 가르친 <신명기>는 <민수기> 다음에 수록된 것으로, 앞에서 선포된 <출애굽기>와 <레위기>의 적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민수기>와 <신명기>의 기능을 하는 게 <잠언>인데, 솔로몬이 하나님의 말씀을 그의 삶에 적용해 보고 썼다는 점에서는 신약성경의 바울 서신에 해당합니다.
바울도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면서 초대교회에 효과적으로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따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바울 서신에는 복음서에 있는 예수님의 말씀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구약성경에 예언된 메시아라는 변증과 복음서에 기록된 그분의 말씀을 교회 공동체에서 효과적으로 지키려는 방법에 관한 언급이 더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바울이 예수님과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잠언>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돼 성경에 수록된 것처럼 복음을 효과적으로 따르는 방법을 제시한 바울 서신을 두고 예수님의 말씀을 왜곡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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