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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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대목 중 가장 다가왔던 건 ‘가족 확장성’
“한국의 교육에서 제일 부족한 것이 바로, 왜 취업을 해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자신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통해 스스로 정한 무엇인가를 얻어야 되겠다는 결정을 한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얻을지 배워도 된다. 인문학은 결코 교양도, 수단도 아니다.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 [ 책 내용 중에서]
[북스저널=정이신 목사] 어쩌다 한국인 » 허태균 지음, 출판사: 중앙books 글을 읽다가 ‘사회학 관련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이라고 할 때, 주로 개인 심리학만을 생각하고 살았던 제게 이런 심리학도 있다는 게 낯설었습니다. 추천사가 쓰인 책의 뒤표지에 답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김정운>이 말한 ‘사회문화적인 개인의 심리’를 ‘집단적인 관점’으로 쓴 것입니다. 예전에 <김정운>은 자신이 독일에서 전공한 문화심리학이 한국의 사계(斯界)에서 심리학의 한 지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 인문학으로 분류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그가 토로했던 답답함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고, 사회문화적인 개인이 갖는 집단으로서의 심리를 알게 됐습니다.
책을 읽는데 자꾸 겹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인이 된 <이규태(李圭泰)>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개인 및 집단 심리에 관해 꽤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의 글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등장한 것 같습니다. <이규태>와 다른 점은 저자가 ‘엄청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온 한국인의 특성이 현재의 삶을 어떤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질문을 던졌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질문이 없으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고,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합니다.
책에서 다룬 한국인의 사회문화적 심리는 ‘주체성, 가족 확장성, 관계주의, 심정 중심주의, 복합 유연성, 불확실성 회피’입니다. ‘주체성’에서는 자율권과 결정권이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무기력해지는 한국인의 모습을 다룹니다. 저자는 주체성은 강하지만, 이것을 만족시킬 만한 존재감과 자율권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좀 더 게으르고 무능한, 실제로는 부지런하지만 무능한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리더에 관한 저자의 고찰에서 <노자(老子)>를 봤습니다.
여섯 대목 중에 제게 가장 다가왔던 건 ‘가족 확장성’입니다. 자기 가족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족제일주의’는 전문성이 빠진 잘못된 시각입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계층에 편만한 ‘가족세습주의’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렇지만 사회를 큰 가족으로 파악하는 가족 확장성이 갖는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주의 관점으로 국제 관계를 보면 ‘가족 같은 군대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두목 같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확장한 자신의 큰 가족인 국민을 진짜로 잘 돌보는 어버이 같은 지도자는 우리 후손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일 뿐 아니라, 가족 확장성이 적용돼 어버이와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군사부일체의 의미와 그림자가 아직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기에 그러하다고 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를 군사부일체의 대상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했을 경우 사회에 큰 아픔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먼저 사과해야 합니다. 충격을 준 사건이 큰 데도 대통령이 유체이탈화법을 써서 숨으면 그는 리더가 아니라 두목이 됩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정(情)에 이끌리는 ‘가족확장성’은 ‘관계주의’, ‘심정중심주의’로 연결됩니다. 정이 이끄는 사회에서 정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 아니라, 때로 가족의 편익을 위해 서로 눈감아 줘야 하는 비밀이 됩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정의를 책으로만 사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예측이 하나도 되지 않는 미래는 완전한 재앙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를 돌아보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살리고 죽여야 할 특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각 개인의 특성들이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을 결정지을 것이고, 우리가 그렇게 어느 정도까지는 예측 가능한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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