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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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저널=정이신목사]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짐 홀트(Jim Holt) 지음, 노태복 옮김, 출판사: 소소의책 »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생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물질세계에 관한 우리의 일상적 개념을 뒤집은 사람이라면, 마찬가지로 그 젊은 사람인 쿠르트 괴델은 수학이라는 추상적 세계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었다. <중략> 아인슈타인이 기름진 독일식 요리를 마음껏 탐닉한 반면에 괴델은 병약자의 식단과 유아식, 그리고 변비약으로 간신히 생활해 나갔다. <중략> 아인슈타인은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괴델은 수학의 추상적 개념이 모든 면세에서 탁자와 의자만큼이나 실재라고 믿었는데, 이것은 철학자들이 순진한 생각이라고 웃어넘겼던 견해다. – [책 내용 중에서]
‘마음’에 우주를 품고 사는 사람과 ‘뇌(腦)’에 우주를 담고 사는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그 자리는 화기애애한 담화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논객들의 치열한 싸움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아인슈타인과 괴델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자가 20년간 쓴 글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에 대한 저자의 논평까지 책에 나옵니다.
책에서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 괴델은 수학자를 대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둘이 실제로 만났던 것도 사실이고, 시간의 흐름에 관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둘에 관한 이야기는 책에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자가 20년간 쓴 글이기에, 둘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자의 삶과 그들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해 아래 세상에서 우리와 같이, 우리 곁에 사는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지내는지 챙겨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현실에서 얼마만큼 사용 가능한 것인지 묻게 됩니다. 몇십 년 전에 이스라엘 공군은 질책이 칭찬보다 조종사들에게 더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적이 낮은 조종사들을 질책했더니 이후에 착륙을 더 잘했지만, 실적이 좋은 조종사들을 칭찬했더니 이후에 실적이 더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공군은 조종사 교육에 관해서는 칭찬의 효용성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 방법을 현재 모든 나라에서 특수부대원을 훈련 시킬 때 씁니다. 특수부대원의 훈련에는 칭찬이란 환경이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특수부대에 속한 군인들이 최저 자격에 미달하면, 가차 없이 부대원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특수부대에서 내보냅니다. 그래서 특수부대원이 되려는 사람은 그가 최저 기준을 넘어서도록 끊임없지 자신을 질책해야 합니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가진 통념을 넘어선 사고의 유형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개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뜨거워지지 보다는 머리가 차가워집니다.
피타고라스를 보면 그의 수학은 늘 종교적 신비주의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아무나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학계의 이런 경향은 현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수학자, 심지어 저명한 수학자들도 완벽한 수학적 실체의 영역이 하늘나라에 따로 있을 것으로, 플라톤적인 사고를 동원해서 이데아적으로 믿습니다. 그들은 해 아래 세상에서 인간이 계산해 낸 산술적 표현은 남루한 실증적 세계 위에 있는 그림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생각은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물리학이 수학이란 언어를 사용하지만, 수학과 함께 있는 신비주의를 물리학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괴델은 신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는데, 그가 수학의 논리를 사용해 신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해서 모든 물리학자가 신을 믿은 건 아닙니다(이건 수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게 이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지침입니다.
집에 컴퓨터가 없고, 그도 컴퓨터의 사용법을 모른다고 했던 우디 앨런은 컴퓨터 없이도 생산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만약 그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았다면 또 다른 세상을 펼쳤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우리의 욕심입니다. 그리고 그처럼 우리 주변에서 해 아래 세상을 같이 꾸려가고 있는 과학자ㆍ수학자들의 생각을 우리가 다 몰라도, 우리는 충분히 생산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욕심일지라도 그들의 생각을 알게 된다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입니다. 우주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마음으로 이해한 사람이나, 뇌로 계산해서 머리에 담고 사는 사람이나 모두 ‘대단히 작은 동시에 대단히 큰 존재’인 인간입니다. 그리고 이게 은하계, 태양계, 그리고 지구에서 펼쳐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입니다. 이걸 하나라도 더 자세히 알면 옆에 있는 타인을 그만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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