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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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내가 느끼는 품위란 이런 거지. 한 인간이 자신의 부를 포르노 전시하듯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고유의 욕망을 통제하는 자세를 일컬어 시민다운 품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듯이 나도 그냥 하지 않는 거야. 그런데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 잘 지켜지다가 언젠가 선을 넘게 되지.”
[북스저널=정이신 목사]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6월의 책 이야기] 악셀 하케(Axel Hacke) 지음, 장윤경 옮김 | 출판사: 쌤앤파커스
“언제 그러는데?”
“내가 말했던 ‘결속’이나 ‘연대’ 같은 게 무너졌을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져. 한편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부를 얻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 보험조차 낼 수 없는 소시민들이 빈곤에 허덕인다고 생각해봐. 그런 사회가 어떻게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어? 그 나라는 언젠가 산산이 찢어지고 흩어지겠지.” – [ 책 내용 중에서]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라고 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과 부제목이 모두 깁니다. 그러나 책의 분량은 적습니다. 또 ‘작중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서술하는 방식’을 택해서 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지’를 다루는데, 이런 면에서 ‘인간적인 삶을 꾸리기 위한 지침’을 다룬 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거짓말을 해서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린 거짓말쟁이 정치인으로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영국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 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들이 등장한 게 단순히 그들만의 능력이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세상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며, 조금 더 단순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를 향한 그리움이 인간에게 내재해 있다고 합니다. 복잡하고 고단한 일로 엮어있는 현실에서는 이게 잘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때 거짓말쟁이 정치인들은 ‘내가 여러분을 위해 모든 걸 다 해결하겠다’라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합니다.
인간이 언어를 지니고 있고,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이를 통해 인간은 사회적 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기대는 건 이런 사회적 연대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소통의 대화’입니다. 저자는 품위의 가치를 인간이 사회적으로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거짓말로 사람들의 폭발적인 감정을 유도하고, 이것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을 견고하게 다지려는 품격 없는 정치인들의 유혹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는 유럽에 들이닥친 북아프리카 난민의 문제가 나오는데, 유럽과 꽤 거리를 둔 우리나라에도 울림이 큽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유럽이 받아들인 난민 이야기는 결이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떤 품위를 가지고 대해야 할까요?
한 사회 안에 품위 없는 태도가 곳곳에 널려 있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품위가 없음에도 전혀 해를 입지 않는 데다 오히려 보상이 주어진다면, ‘내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됩니다. 우리가 ‘절규하는 현대인’이라는 초상을 벗어나려면, 무례함을 거부하고 품위를 사회적 가치로 취급해야 합니다.
2017년 6월, 3명의 테러리스트가 런던 브리지와 버러 마켓에 있던 군중을 연이어 덮쳤을 때 근처에는 경찰이 딱 한 명 뿐이었습니다. 이 경찰은 교통경찰이었기에 경찰봉 외에는 다른 무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일 먼저 용의자들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이 경찰은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싸우다가 칼에 찔려 병원에 입원했지만, 다행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 경찰관의 행동은 무모했던 것일까요? 제 본분을 끝까지 수행하려는,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이 한 사회의 품격을 만듭니다. 이와 달리 미국발 금융위기를 유발한 책임자들은 누구도 해명하지 않았고, 문책 당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이들보다는 경찰관의 행동이 더 품위 있는 사회를 만듭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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