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제와 일본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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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제, 교육을 세뇌 주요 수단으로 삼아…
게르만 민족의 종합적 유기체와 일본식의 국체론은 동류 집단이었다. 히틀러식 파시즘은 독일 고유의 편집광적인 아리아 민족주의의 종교화였고, 천황제 파시즘은 야마토 민족 우월주의에 근거한 광신적 종교화였다. 사실 나치즘은 독일 게르만 민족들이 참가하여 독일적 정체성을 군중 심리를 통해 체험하면서 동의하고 승낙한 광신적 국민종교였다. 결국 히틀러는 국민적 통일성에 대한 상징으로서 나치 제사의 교주였다. 일본인들 역시 천황교 원리주의자가 되어 일본적 정체성을 체험하고 동의하면서 광신적으로 일체화가 되어 갔던 것이다. – [책 내용 중에서]
[북스저널=정이신 목사] 천황제와 일본 개신교 » 김산덕 지음, 출판사: 새물결플러스 »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종교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에서 천황제가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고찰하는 역사적 비평에 가깝습니다. 저자가 일본에서 개신교 목사로 있는 사람이기에 천황제가 지닌 유사종교적인 특성을 아주 잘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일본에서의 복음 선교는 결단코 천황제와의 대결 없이 불가능하기에, 일본의 교회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고 합니다. 기독교가 아닌 개독교가 싫은 사람은 Ⅰ부만 읽거나, Ⅱ부에서 15∼19장을 빼고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좋은 책입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헌법 제정을 위한 학습으로 깨달은 것은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을 정신적으로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국가 통합의 기축’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에게 있어 이런 기축은 단순한 철학이나 사상 또는 교육이 아니라 아주 독성이 강한 종교여야 했다.” // “오늘날 아베의 ‘강한 일본 되찾기’라는 슬로건의 속셈은 자신의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재확립에 있다.” // “‘일본에서는 왜 촛불 혁명과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소박한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이런 질문에 일본인들은 이렇게 답한다. 천황이 있는 나라는 그가 보호하고 다스리기 때문에, 신민들은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책에 나온 일본의 천황제가 지닌 유사종교로서의 특성에 관한 저자의 통찰로, 제가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은 내용입니다.
‘일본에서 천황제를 하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우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책은 말합니다.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의한 천황교 원리주의는 19세기 일본 근대화의 정신적 시발점인데, 이 원리주의에 충실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현인신(現人神)이며 천조대신(天照大神)이라 생각하는 천황의 인도를 받는 신민이라는 우월감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 우월감을 이용해 이웃을 짓밟는 폭력을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 없이 행사한다.’
이게 19∼20세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천황(제)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천황이 현인신이 돼가는 신도적(神道的) 비의(秘儀)인 대상제(大嘗祭)를 치르기 위해 하룻밤에 27억 엔(円)의 세금을 사용해도 국민이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대상제는 천황이 현인신이 돼가는 과정이기에, 천황제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의식입니다. 따라서 현재도 일본에서 이런 행사를 세금으로 한다는 건, 일본을 여전히 침략적 군국주의의 망령이 지배하고 있단 증거입니다. 북한만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줄 알았는데, 천황으로 가장한 침략적 군국주의가 발톱을 숨긴 챈 우리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하룻밤의 행사를 위해, 일본 헌법에서 정한 정교분리 원칙을 어겨가면서, 27억 엔을 써도 문제 삼지 않는 나라가 우리 밑에 있습니다.
유사종교와 일본의 천황제가 교육을 세뇌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눈이 갑니다. 북한에서도 마찬가지고, 천황제에서도 교육은 중요한 세뇌수단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 한반도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습니까?
그리고! 한국의 교회는 천황제를 지지했던 일본의 교회와 다릅니까? 만약 누군가가 종교인으로 살기를 선택했다면, 끊임없이 올곧음을 따르려고 좁은 길을 찾아 걷는 건강함이 필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종교인이란 직업은 정의를 확장하기 위해 싸우는 검이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만을 옹호하는 녹슨 방패가 됩니다. 종교는 고정불변의 세계가 아닙니다. 천황제처럼 새로 태어나는 유사종교도 있고, 오래된 종교일지라도 효용 가치를 잃고 사라지는 게 있습니다. 종교도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역사를 이어가기 위한 건강한 학습ㆍ교육이 종교에 꼭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
글 정이신 목사/ 본지 칼럼니스트/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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