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녹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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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조기칠 목사]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녹턴이야기 »
녹턴(Nocturne)이라는 뜻은 프랑스어로 ‘밤’이라는 말이다.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어졌습니다. 그가 작곡한 거의 모든 곡은 피아노곡인데, 그의 곡에는 정열적인 곡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게 가슴속 깊은 곳을 후벼파는 듯한 녹턴(야상곡)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의 녹턴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 세계와 청년 시절을 지나 중년을 지나면서 녹턴과 함께 변해 가는 쇼팽의 인생관과 그의 음악 세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쇼팽과 녹턴(Nocturne: 야상곡)
어제는 하루 종일 억수같이 소나기와 폭풍이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했는가 하면 산간지방에서는 때늦은 폭설이 내렸습니다. 마침 24일이 Palm Sunday라서 주일 사역을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꽂아만 놓고 잘 듣지 않았던 바흐의 마태 수난곡의 LP를 꺼내서 듣고 있는데, 쇼팽 피아노 음악의 황제로 불리어져 왔던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서거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1960년 쇼팽콩쿠르에서 16세의 나이로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우승을 거머쥐며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고, 우리 시대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였던 ‘아루투르 루빈스타인’은 “저 소년이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라고 극찬했을 정도였습니다.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프랑스어: Frédéric François Chopin)은,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어졌습니다. 그가 작곡한 거의 모든 곡은 피아노곡인데, 그의 곡에는 정열적인 곡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게 가슴속 깊은 곳을 후벼파는 듯한 녹턴(야상곡)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의 녹턴을 중심으로 그의 음악 세계와 청년 시절을 지나 중년을 지나면서 녹턴과 함께 변해 가는 쇼팽의 인생관과 그의 음악 세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녹턴을 빼놓고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쇼팽의 음악에서 21곡의 녹턴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녹턴이란 우리말로 ‘야상곡’이라는 말로 번역이 되는데, 수많은 음악 장르 중의 하나입니다. 녹턴이라는 음악 장르는 사실 바로크 시대 때부터 존재해 왔던 음악 장르인데, 이렇게까지 녹턴이 주목받게 된 것은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쇼팽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녹턴(Nocturne)이라는 뜻은 프랑스어로 ‘밤’이라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밤 깊은 조용한 시간에 연주되는 ‘세레나데’와 비슷한 장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 시대에서 시작된 녹턴은, 고전파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악기로만 연주되는 것이 원칙이었고, 당시엔 귀족의 집에서 식사나 차 한잔, 그리고 와인을 곁들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하고 감상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일종의 Tafle Musik이었던셈이지요.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녹턴의 경우는, 낭만파 시대에 탄생되여진 장르로서 피아노곡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낭만파 시대의 피아노곡의 명수라고 할 수 있는 쇼팽은 그의 생애 동안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는데, 쇼팽은 녹턴을 피아노곡으로 정착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쇼팽 이후에는 에릭 사티, 포레,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등에 의해서 많이 발전되었고, 특히 프랑스 인상파 음악을 주도했던 드뷔시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까지 작곡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2. 쇼팽의 녹턴(Nocturne) 특징
쇼팽의 녹턴은, 감미로운 선율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녹턴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일련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특히 쇼팽은 조용하고 멜랑콜리한 감정적인 표현과, 듣고 있다 보면 금방이라도 눈물샘이 터져서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서 듣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깊은 여운과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9년 동안이나 깊이 연모하고 사랑했던 당시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소설가였던 죠루주 상드는 쇼팽의 녹턴에 대해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가장 슬픈 음악이다. 바로 쇼팽의 녹턴은 듣는 이에게 눈물샘을 터트리게 하는 음악이다!”라고 했습니다.
쇼팽의 녹턴 특징은,
1)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쇼팽은 자신이 작곡한 녹턴들을 가리켜 ‘이것은 노래다’라고 했습니다. 쇼팽은 노래를 좋아했고 특별히 벨칸토 오페라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는, 섬세하고 우아한 가창법으로 유명합니다. 쇼팽은 이러한 가창법을 피아노에 적용하여, 사람의 목소리처럼 표현력이 풍부한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냈습니다.
2) 독특한 화성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조성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화성을 변화시키면서 곡을 작곡해 나갑니다. 장조와 단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조를 사용하여 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3) 감정 흐름의 표현입니다.
쇼팽의 녹턴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 것을 찾아가며 듣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녹턴을 “내 마음의 상태”라고 했습니다.
쇼팽은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 그리고 사랑을, 또한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조국 폴란드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을, 그리고 외로움들을 녹턴에 담아냈던 것입니다.
3. 쇼팽의 대표적인 녹턴과 변화
1) 녹턴 No. 20 in C Sharp minor
이 곡은 1830년 스무 살에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도착하여 작곡한 곡으로, 사랑받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절절히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바르샤바 음악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던 한 ‘콘스탄치아’ 라는 여성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면서도 6개월 동안 한마디도 표현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던 그의 마음과 못 잊어 하는 청년 쇼팽의 사랑 마음이 녹턴 20번 속에 깊게 녹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녹턴 20번을 들을 때 요동치는 청년 쇼팽의, 울렁거리는 마음과 감정의 변화를 생각하며 들을 수 있다면… 멜로디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 곡 속에 담겨 있는 심오함과 조국애와 사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이 곡을 잘 듣는 것이 될 것입니다. 녹턴 20번이 그의 젊었던 초창기에 작곡된 녹턴이기는 하지만, 작품번호가 20번으로 뒤로 밀리게 된 것은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기 때문입니다.
2) 녹턴 No. 2(in E-flat Major)
쇼팽의 녹턴 2번은 그의 21개의 녹턴 중 가장 잘 알려진 유명한 곡입니다. 그는 녹턴 20번을 작곡하고 나서 다음 해인 1831년에 2번을 작곡했는데, 이 곡에서도 역시 다른 녹턴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침울한 감정과 또한 희망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어렸을 때 엄마가 나를 따스한 가슴에 안고 토닥거리시며 자장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곡은 발표 당시부터 대중적으로 그의 녹턴 중 가장 사랑받는 곡이 되었는데, 이 녹턴을 듣고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은 시를 쓸 정도였습니다.
*녹턴 No. 2 in E-Flat Major
“높은 창문 위로 빛이 쏟아지고 있다.
당신의 엄숙한 얼굴 역시
둥근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조용한 은빛 달이 이토록이나
나를 감동하게 했던 밤은 없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노래 중의 노래가
말할 수 없이 감미롭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잠자코 있다. 나도 잠자코 있다.
침묵 또한 빛 속으로 사라져갔다.
호수 위 한 쌍의 백조와 머리 위 별 외에는
달리 생명이 있는 것이라곤 없다.
당신은 창문으로 몸을 내밀었다.
당신이 내민 손과
당신이 가느다란 목덜미를
은빛 달이 곱게 물들였다.”
-헤르만 헤세-
3) 녹턴 No. 13(in C Minor)
녹턴 13번은 그가 녹턴 2번을 작곡한 후 10년의 세월이 지난 1841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20대의 청년의 불 같은 사랑과, 패기 넘쳤던 시절을 지나 인생이 무르익어가는 30대에 이르러 녹턴 13번을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이때는, 아버지의 조국인 프랑스의 파리에서 연주 활동과 살롱 등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리스트나 베를리오즈, 슈만 등의 여러 음악가들과 예술가들과 깊은 교제를 이루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는 파리의 사교계에서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파리에서의 생활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피폐한 인생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는지 폐결핵을 얻어서 병세가 심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프랑스에서 여류소설가로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죠루즈상드라는 여성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죠루쥬상드는 쇼팽보다는 6살이나 많은 이혼녀로, 자유분방한 그녀의 생활로 항상 파리 사교계와 문학계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리스트의 소개로 죠루쥬상드를 알게 되어 두 사랑은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쇼팽이 위중한 병을 앓고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뒷받침과 도움으로 상당히 안정된 생활을 할 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걸작들을 작곡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녹턴 13번도 이 시기에 나온 곡인데, 10년 전에 나온 녹턴 2번과 비교해서, 상당히 쇼팽 자신의 마음속 깊은 내면의 자신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이 곡의 특징입니다.
쇼팽은 피아노 연주의 명수라고 불리 울 정도로 대단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리스트처럼 대중들 앞에서 연주회를 개최하거나 하는 일에는 상당히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살롱 등에서, 혹은 가정의 Home Concert등에서 소수의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아했지만, 대중적인 콘서트 등은 극단이 싫어해서 그의 일생 중에도 대중적인 콘서트를 개최한 것을 다 합해봐도 30회가 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경향이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모습을 이 녹턴 13번을 통해서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녹턴 13번은 그의 인생의 비장함이 느껴지며, 다른 녹턴들과 다르게 스케일면에서 훨씬 크고 깊이가 있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쇼팽의 인생에서 가장 창작욕구가 왕성했던 시기로, 이때에 나온 작품들이 그 유명한 소나타2번, 발라드3-4번, 영웅 폴로네이즈 등 뛰어난 작품들이 많습니다.
4) 녹턴 No. 18(in D major Op. 62-2)
녹턴 18번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작곡한 곡으로 그의 21개의 녹턴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 곡이기도 합니다. 그는 녹턴 13번의 작곡 후 5년이 지나면서, 병세가 심각할 정도로 점점 악화되어져 갑니다.
늘 그 옆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던 사랑하는 여인 죠루쥬상드도 그의 곁을 떠나버리고, 삶이 너무나도 힘들고 버거운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창작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꺾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서 창작에 열을 올리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서, 절망하면서, 신음하면서 녹턴 18번을 쓰게 되는데, 그런데 곡의 흐름을 보면 삶의 끈을 아주 놓아버리는 절망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과 그의 인생의 달관된 모습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추구하고 붙잡아야 할 것은 붙잡는, 이 두 사이에서 만감이 교차되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고 바라는 그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도 사랑했던 여인을 왜 보냈어야만 하는 회한과, 또 한편으로는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현실적인 상황, 이 두 가지의 상반되는 마음의 갈등을, 그가 작곡한 이 곡 속에서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그렇게도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의 아픔, 그리고 회한이, 또 한편에서는 어차피 인생이란 고독한 존재이고 혼자서야라고 혼자 가야 하는 길이라는 깨달음(득도?)의, 상반된 두 가지의 주제가 이 곡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파리 외곽의,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39세의 나이로 아무도 없이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집니다.
한때는 불같이 사랑을 나누었던 사랑하는 죠루쥬상드도 무엇 때문이었는지 그가 임종하는 자리엔 오지 않았고, 그의 여동생만이 그가 임종하는 자리를 지켰다고 하는데, 그가 조국을 떠날 때 친구들은 한 줌의 폴란드의 흙을 은잔에 담아서 주었었는데, 그는 한평생을 그 흙을 가지고 다니면서 조국애를 다졌고, 마지막에 그는 그 은잔에 담긴 한 줌의 흙과 자기 심장을 조국에 보내어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납니다.
오늘 영상은 쇼팽의 후예인 조성진 씨의 쇼팽 녹턴 연주 영상을 올려드립니다.
2015년의 제15회의 쇼팽 콩쿠르의 우승으로 일약, 피아노계의 전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DG(Deutsch Grammophon)의 전속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음반을 살 때 DG 음반에 손이 가장 많이 가는 편인데, 음 질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D가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Chopin 녹턴 연주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1rIiOEZB9J0
글: 조기칠 목사/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https://ko.wikipedia.org/wiki/프레데리크_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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