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조기칠 목사] » 베르디(Giuseppe F. Francesco Verdi: 1813년 10월 10일 – 1901년 1월 27일)
“가라, 내 그리움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중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Va,Pensiero, Sull, Ali Dorate! “가라, 내 그리움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Verdi의 오페라 나부코는 이러한 유대인들의 시련과 절망을 배경으로 만든 오페라입니다. 오페라의 이름인 ‘나부코’는 ‘Nabucodonosor’의 이탈리아어를 ‘Nabucco’로 줄임말입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는 곡입니다.
1.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지금 전 세계는 이스라엘과 중동의 몇 나라들과 전쟁과 갈등하고 있어서 이 전쟁과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프라테스강은 티그리스강과 더불어 세계의 4대 문명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명이 찬란하게 꽃을 피운 땅이니 분명히 축복받은 땅임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 축복받은 땅을 절망의 눈빛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민족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이 아닌 유대민족이었습니다. 유대민족은 역사상 최초로 왕국을 건설하여 1대는 사울 왕, 2대는 다윗왕, 그리고 3대에는 사무엘을 왕으로 세우고, 최대의 번영을 누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B.C. 6세기경, 바빌로니아에서는 느부갓네살이라는 강력한 절대군주가 등장하면서 유대민족은 심각하게 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느부갓네살왕은 냉정하고 잔혹하기로 소문난 인물이었는데,힘없고, 연약한 주변의 나라들을 침략하고 괴롭히는 못된 왕이었습니다. 급기야는 그는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로 쳐들어와서 성전을 약탈하고 짓밟으며 이스라엘 사람들을 포로로 데리고 갑니다. 이것을 우리는 “바벨론 유수”라고 부릅니다.
결국 유대민족은 강력한 느부갓네살의 침략으로 유대왕국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되며, 대부분은 죽거나 바빌로니아의 포로로 끌려가 노예의 운명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Verdi의 오페라 나부코는 이러한 유대인들의 시련과 절망을 배경으로 만든 오페라입니다. 오페라의 이름인 ‘나부코’는 ‘Nabucodonosor’의 이탈리아어를 ‘Nabucco’로 줄임말입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는 곡입니다.
오페라 ‘나부코’는 성서의 시편 137편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사실 베르디가 활약했던 당시의 분위기로는 오페라의 소재로서 성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왜냐하면 오페라는 음악 장르 중에서 가장 세속적인 장르로서 알려져 있었습니다.
무대를 만들고 형상이 있는 연기를 해야만 하는 것 자체가 신성 모독죄로 여론의 화살을 맞기가 대단히 쉬웠기 때문에 오페라 제작자 처지에서 금기시됐던 것입니다. 또 성서를 소재로 만든 오페라를 공연한다고 하더라도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제작자 간에는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 역사에서 성서를 소재로 한 오페라가 성공한 예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Verdi의 ‘나부코’나 사무엘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정도가 성공한 사례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 때 오페라로 만든 것이 아닌, Oratorio 형식으로 만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Bach의 ‘마태수난곡, 이라던가,’요한수난곡’ ,Handel의 ‘메시아’가 바로 오페라가 아니 Oratorio 형식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나부코, 의 제3막이 시작되면, 노예로 끌려온 히브리인들이 바빌로니아의 수도인 유프라테스강 변에 앉아서,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고향 산천을 그리워하며 흐느끼며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가라, 내 그리움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디아스포라의 노래입니다. 디아스포라란, 자의든,타의든 사랑하는 고향 산천을 떠나서 타향을 떠돌면서 살아가는 집단을 말합니다. 2천여 년 동안을 나라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유랑의 인생을 살아갔던 대표적인 디아스포라가 바로 유대민족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영상은, James Levine 지휘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뉴욕 맨해튼에서 공연했던 영상입니다.
막이 오르면,무대위의 돌계단 위에 단원들이 앉아있거나, 서 있거나,누워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대가 커다란 액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표정과 눈빛으로만 연기를 하는데 그 연기가 정말 압권입니다.
각자의 표정에는 고단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절절한 애수가 생생하게 묻어있습니다.
‘절절한 애국의 상념’ 이 선율은 이탈리아의 제2의 국가로 불릴 정도로 이탈리아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선율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이 1842년에 공연이 되는데, 이탈리아가, 밀라노가 속해있는 롬바르디아지역과, 바로 옆의 베네치아지역까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국민은 왜 우리가 오스트라바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느냐고 생각하면서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Verdi의 나부코를 보면서 북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배당하고 있는 히브리 민족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되었고, 우리도 바빌로니아의 압제로부터 해방을 쟁취했던 히브리 민족처럼,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벗어나서 이탈리아인으로 우뚝 서자!라고 하는 독립 정신과 통일의 의지에 결정적으로 봄을 붙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유프라테스강 변에서 고향 산천과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며 애수의 노래를 부르던 히브리 민족은 2천여 년 만에 자기의 땅으로 돌아와서 다시 나라를 세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 한민족처럼, 분단된 상황에서 고향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과 마음을 그려보며, 고단하고 애처롭게 살아가는 디아스포라들이 있습니다.
글: 조기칠 목사/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합동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한 후, Yale 대학 신학부에서 선교학 연구원(Research Scholar)역임.
현재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Shodai Japanese Church를 섬기고 있음
사진 출처: 베르디의 상 (루이지 세키, 이탈리아 부세토)/ By Panser Born – 자작, CC BY-SA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55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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