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고 지는 봄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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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詩=Dr. Elijah Kim] 꽃은 피고 지는 봄의 끝자락에서 »
꽃은 피고 지는 봄의 끝자락에서
버겁던 그루잠 깨어보니 삼짇날
앙상한 나목걸친 가장이
덩그러니 텅 빈 눈동자에 걸린 옛살비 추억
눈 녹아 흐르는 나릿물 소리
느루먹던 곳간 자리
도담도담 싹을 내는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도린결 단장하던 날
작대기 같던 우듬지엔 새순 돋아나고
뒤뜰엔 수줍음 머금던 수선화 빙그레 미소
봄을 알리던 크로커스
메마른 잿빛 뜰 활짝 핀 화폭
도니는 발걸음엔
꽃 바라기 하늘 걸렸네
볼에 걸린 연분홍 철쭉
알록달록 히아신스
폭폭이 감춘 신비의 치마 같아
나부대는 개나리 드르팟
덜퍽진 메나리 산유화 꽃 잔치
봄을 거니채는 꽃망울아
튤립 지니
벚꽃 피고
벚꽃 지니
온 천지에 진동하는 라일락 향기
라일락 진 자리에
고개 내미는 붓꽃과 작약이라
아아!
해오라기 날아드는 봄의 끝자락
여줄가리 세상사 서릊다
긴긴 겨울 오늘에 잊으련다
시어풀이
가장이:나뭇가지의 몸통 또는 줄기
그루잠: 잠을 자다가 다시 깨어 드는 잠
옛살비: 고향
나릿물: 냇물
느루먹다: 겨울철 곡식을 아껴서 오래 먹다
도담도담: 어린아이들이 사이좋게 노는 모습
도린결: 외지고 평소에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우듬지: 나무 꼭데기 줄기
도닐다: 가장자리를 빙빙 돌며 걷는 것
나부대다: 조신하지 못하고 철없이 납신대다
덜퍽지다: 푸지고 탐스럽다
거니채다: 기미를 알아채다
서릊다: 좋지 못한 것을 다 쓸어 치우다
여줄가리: 중요한 일에 딸려 온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
지난주 월요일에 왔다가 금요일에 돌아간 아내와 사무엘의 빈자리가 참으로 큽니다.
사람은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고 정이 있고 사람의 온기가 있습니다.
늘그막에 손자 보는 맛
아들 보는 맛
가족 만나는 맛에 사는 것이라지만
가족 떠난 휑한 자리
새벽부터 김메기 시작해 봅니다.
개나리 피어오르던 어느날
진 줄도 몰랐던 옆자리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지던 날
피어오른 수선화와 크로커스에 마음조차 빼앗겼습니다.
연이어 피어 오른 히아신스, 철쭉에 가던 걸음도 멈춥니다.
꽃 망울 하나 하나에 화사하니 고귀하고,
고귀하나 우아하고,
우아하나 기품 있는 철쭉
저는 철쭉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뜨락에 핀 산유화
연달아 피고 지는 수많은 꽃들 보며
진 꽃망울도 화무십일홍을 기억하며
쉽게 꺽지 못하는 봄날입니다.
보스톤에서 김종필 목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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